쌉쌀함과 은근한 단맛의 조화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조금은 쌀쌀한 봄이 오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바다향을 가득 머금은 멍게다!
3~5월이 제철인 멍게는 봄이 찾아옴과 동시에 시장 곳곳에서 점차 보이기 시작한다. 회보다 해산물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 멍게는 사랑이다.
엄마는 봄이 될 때마다 날 위해 시장에서 멍게를 사 오는데 나름의 단골집이 있다.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께서 멍게를 가져와 파시는데 다른 곳에 비해 멍게 알이 크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금방 품절이 되기 때문에 이른 오전에 후다닥 사 와야 한다. (멍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날 위해 매년 봄마다 잊지 않고 멍게를 사 와주는 엄마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
멍게를 주문하면 할머니께서 빠르게 손질을 해주신다. 손질하는 동안 멍게 향이 가득 나서 미리 군침이 돈다.
아, 얼른 집에 가서 초장에 찍어 먹고 싶다!
깨끗하게 손질된 멍게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집에 가는 길은 그렇게나 행복할 수가 없다. 이런 걸 보면 행복은 그다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하하..
멍게는 신선할 때 먹어야 제 맛이니 사자마자 바로 먹는 게 좋다. 집으로 도착 후 멍게를 꺼내 찬 물에 대충 씻어낸다. 너무 많이 씻어버리면 멍게향이 다 날아가버리니 주의할 것! 그리거 채반에 밭쳐 물기를 뺀다. 이제 초고추장만 준비하면 먹을 준비 끝!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멍게를 푹 찍어 한 입 먹는다.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멍게를 씹으면 향긋한 바다향과 쌉쌀함, 그리고 단맛이 느껴진다. 아, 이거지 이게 바다의 맛이지!
언제나 감탄하며 먹게 된다.
간단하게 초장에만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가끔은 멍게비빔밥을 해 먹어도 좋다. 참기름을 넣어 고소한 멍게비빔밥을 쓱싹 비벼먹으면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멍게비빔밥도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너무 뜨겁지 않은 밥 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멍게를 올린다. 김가루도 조금 뿌린 뒤 고소한 참기름을 쓱 한 바퀴 돌리고 초고추장을 적당히 넣으면 완성이다. 여기서 깻잎이나 상추가 있으면 추가해도 좋다.
보통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멍게는 꽃멍게인데, 빨간색과 주황색에 뿔이 삐죽 튀어나와 있는 게 특징이다. 적당한 단맛과 씁쓸함을 가진 가장 기본의 멍게랄까?
또 다른 종류엔 돌멍게가 있다. 돌멍게는 겉이 돌처럼 생겨서 돌멍게다. 꽃멍게보다 씁쓸함이 덜 하고 바다향도 덜한 느낌? 그러나 달달한 맛이 더 강해서 이것도 나름 맛있다.
그러나 내 취향은 꽃멍게에 더 가깝다. (제대로 된 돌멍게를 못 먹어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겉이 매끈한 비단멍게도 있다는데 이것도 기회가 되면 나중에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조만간 겨울이 오고 짧은 봄이 오겠지.
봄이 설레는 이유가 멍게 때문이라고 하면 웃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꽤나 진지하다. 이번 봄엔 벚꽃이고 나발이고 멍게나 많이 먹고 싶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