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푸른 Feb 20. 2023

익지 않은 아보카도의 맛

느끼함이 매력인 연둣빛의 아보카도

내가 처음 아보카도를 접한 건 고등학교 시절이다. 무려 십몇 년 전 일! 하교 후 집에 와서 주방을 둘러보던 중 동글한 초록빛의 매끄럽지만은 않았던 그것을 발견했다. 과일인지 채소인지 감도 오지 않아 난 거실에 있던 엄마를 불렀다.



“엄마 식탁에 있는 초록색 얘는 뭐야? “


“아보카도라고 팔길래 궁금해서 사 와봤어! “



분위기를 보니 엄마도 저게 뭔지 잘 모르는 눈치다. 엄마는 호기심이 많아 가끔 색다른 것들을 사 오곤 하는데 아보카도도 그중 하나였던 것. 뭐 일단 깎아보면 어떻게든 먹겠지란 생각에 아보카도 한 알과 과도를 챙겨 거실로 나갔다.


꽤나 단단해서 깎기가 어려웠다. 겨우 깎은 후 반으로 자르려는데 아니 이게 웬걸? 칼이 얼마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씨앗에 턱 걸리는 게 아닌가! 심지어 과육이 너무 단단해 씨앗을 빼기도 힘들었다. 어찌어찌 아보카도를 자른 후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입 먹었다.



웩! 이게 무슨 맛이야!




기대와는 다르게 너무 맛이 없었다. 식감은 마치 감과 비슷했고 맛은 쓰고 떫었다. 엄마와 나는 눈을 마주친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못생기게 잘라진 아보카도는 그대로 음식물쓰레기통행.. 남아있었던 아보카도들의 행방은 알 수 없었지만 아마 버려졌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깝다.)


그러고 아보카도를 다시 접하게 된 건 성인이 된 후다. 좋아하는 유튜버가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걸 보며 그때서야 깨달았다. 아, 엄마와 내가 그때 먹은 아보카도는 덜 익은 거였구나!



알맞게 익은 아보카도는 색부터가 달랐다. 진한 초록빛이 아닌 갈색빛이 돌아야 했다. 그리고 만졌을 때 단단하지 않고 적당히 물렁해야 먹기 좋게 후숙 된 거다. 구입할 때부터 물렁하면 썩기가 쉬우니 차라리 덜 익은걸 사서 후숙해가며 먹는 게 좋다. 덜 익었을 경우 냉장보관이 아니라 상온에 두며 후숙이 적당히 되면 그때 랩과 포일로 싸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유튜브를 다 보고 ’ 아보카도 맛집‘을 검색했다. 마침 직장 근처에 유명한 아보카도 햄버거가 팔고 있었다. 먹는 것에 진심인 나는 바로 약속을 잡아 햄버거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주문한 아보카도버거! 처음으로 제대로 먹었던 아보카도의 맛은 생각보다 그저 그랬다. 하지만 그때를 계기로 아보카도를 즐겨 먹다 보니 어느샌가 익숙해졌다.



처음으로 맛있는 아보카도를 먹은 날



아무튼 결론은 난 아보카도가 좋다는 것. 그 이유를 말해보자면 일단 생긴 게 이쁘다. 나에겐 무언갈 먹을 때 비주얼도 되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잘 익은 아보카도를 이쁘게 잘라 가지런히 플레이팅 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연둣빛이 이쁜 아보카도의 맛은 의외로 간단하다. 특별한 맛은 사실 딱히 없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느끼하다. 무염버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맛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아보카도를 이용한 요리는 다양하게 많지만 나는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단하게 먹는 걸 좋아한다. 그냥 먹는 것보다 소금, 후추를 뿌려먹으면 덜 느끼하고 간이 되어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내가 직접 만든 아보카도오픈샌드위치



글을 적고 있자니 오랜만에 아보카도가 먹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오늘 집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아보카도를 사가야겠다. 맛있게 후숙 시켜 먹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설탕토마토 그리고 와사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