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푸른 Jun 07. 2023

나의 외할머니와 믹스커피

오늘따라 보고 싶은 울 할매



                                    ‘따르릉따르릉’



핸드폰이 생활화되어 거의 사용하지 않는 집 전화기가 울린다면 그 주인공은 99%의 확률로 우리 할머니 일 것이다.



맛있는 거 사 줄 테니 할매 집에 온나!




겨우 10여분 떨어져 살았던 외할머니와 우린 만남이 잦았다.

혼자 살아 적적했던 할매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우리 삼 남매를 불렀다. 맛있는것을 사주겠다고 유혹하며..


중학생이였던 나는 남동생을 데리고 할머니집을 자주 갔었다. 할매는 자장면과 피자를 주로 시켜줬었는데 아마 그 당시 동생과 내가 제일 좋아했었던 음식이라 그랬던 것 같다.


배달 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어느 정도 얘기를 했다 싶어 집을 가려고 하면 할매는 우릴 불러 세웠다.




커피도 한 잔 마시고 가!!




작은 주전자에 물을 끓여 종이컵에 타다 주던 할매표 믹스커피. 할매는 항상 커피에 물을 정량보다 적게 타서 줬었는데 그것 참 달달하니 맛있었다. (그 이후로 나도 믹스커피에 물을 쪼끔 넣어 진하게 먹는다.)


아, 그리고 울 할매는 특이하게도 믹스커피에 미숫가루를 타서 먹었었는데 그 당시엔 윽 저게 뭔 맛이야!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곡물라테랑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에도 카페에 곡물라테 메뉴가 있으면 뭔가 울 할매가 좋아했을 것 같다란 생각이 든다.


커피를 마시며 할매와 티비를 보거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아쉬워하며 우릴 집으로 보내던 할머니.


생각해 보면 울 할매는 삼 남매 중 둘째이던 나를 제일 좋아하고 예뻐해 줬었다. 첫째인 언니와 막내 남동생 사이에 끼여 알게 모르게 주변의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었던 나를 가장 사랑해 주고 아껴줬었던 울 할매.


그래서 그런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누구보다 많이 울었다. 처음으로 돈을 벌어 울 할매 이쁜 옷이나 한 벌 사주자 하고 있는 와중에 그렇게 돼서 더 미안하고 슬펐다. 왜 나의 효도도 안 받고 그리 가버리셨나.



아무튼 오늘도 난 믹스커피를 타 마시며 궁금해했다.

울 할매는 삼 남매 중 왜 나를 제일 많이 예뻐했었을까? 하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익지 않은 아보카도의 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