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런치 작가입니까? 습작가입니까?
브런치는 나를 작가로 선정했습니다.
이것은 브런치라는 매체가 자신의 매체를 통해
독자와 만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2019년 12월에 첫 글을 올렸으니 오는 12월이면
만 4년째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40여 편의 글
물론, 일정하게 글을 올리던 시기도 있었고
어떤 때는 오랫동안 묵혀두고 글을 쓰지 못했던 때도 있습니다.
어찌 됐던 4년여의 기간 동안 하나의 공간에 지속적으로 올렸던 것은
제게도 꽤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는 내게 약속을 어겼어"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축하 메일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분들이 몇 번의 고배를 마시고 어렵게 작가가 되었다는 글들을 읽고
한 번만에 작가가 된 자신을 내심 뿌듯해하며
열정적인 글쓰기를 하겠다 다짐했었습니다.
처음에는 글을 올려놓고 몇 사람이나 내 글을 읽었을까
몇 사람이나 내 글에 공감을 표했을까 전전긍긍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몇 개의 공감의 표시만 보아도 감사하고 기뻐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고
다른 작가들이 구독자수가 늘어나고 메인에도 노출되는 것들을 지켜보며
'시류에 휘말리지 말고 좋은 글을 꾸준히 쓰면 언젠가는 알아줄 것이야"라며
나는 적어도 트렌드와 시류에 휘말리는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 위로하며
좋은 글은 언젠가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며
느릿느릿 글쓰기를 거듭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브런치는 내게 작가라는 호칭을 주었잖아
그것도 꽤나 높은 진입장벽을 놓아두고
'선정'의 과정을 거쳐 작가라 명명해 주었잖아"
매체가 작가로 선정했다면 이는 독자를 만나게 해 주겠다는 약속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독자를 만났다기보다 작가를 서로 만났습니다.
4년 동안 작가들이 끼리 서로의 글을 소비해 주고 공감해 주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매체가 우리를 작가로 선정했다면 반드시 외부로 작품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브런치는 작가로 선정된 이후에 독자 대중을 향해 평등하게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특별한 기준은 알 수 없지만, 메인에 노출된다든지, 외부 독자로 향한 문은 철저하게 닫혀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작가들끼리 끝없이 글을 생산하면 브런치는 자신들의 기준으로 몇몇을 골라
비로소 대중들에게 노출을 허락합니다.
독자를 만나게 해 준다는 약속이 작가라는 호칭에 들어있습니다.
브런치라는 매체를 최대한 많은 독자들에게 노출하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러나, 지금 브런치는 작가들끼리 글을 읽고 소비하는 내부의 장벽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서로가 독자가 되어주고 서로가 공감해 주며 외부 독자에게 노출될 기회를 기다립니다.
그렇다면 브런치는 준작가, 습작작가의 훈련소인가요?
우선, 작가라는 호칭을 주었다면 작품의 기본적인 퀄리티를 브런치가 보장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저작료 한 푼 주지 않고 매일 숱하게 양산되는 브런치의 글을 최대한 공평하게 독자들에게 소개해야 할 의무가 브런치에게는 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는 생산된 글들을 특정한 트렌드와 취향에 따라 다시금 선별하여 메인에 노출합니다.
작가라 호칭하는 것은 어쩌면 많은 작품을 끝없이 생산하게 만드는 동기부여에 수단에 불과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체가 작가로 인정했다면 최대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개별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큐레이팅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많은 작가를 지녔고, 작품이 매체 내에 소비되는 것이 타당한지 다른 매체로 확장을 하는 것인지도 모호합니다.
만약 브런치라는 매체 자체가 글쓰기의 플랫폼이자 글을 읽는 독자들이 모이는 곳이기를 원했다면 현재의 모습은 실패한 모습입니다.
작가만 득실대고 독자는 얼씬도 하지도 않는 플랫폼. 망한 플랫폼에 다름 아닙니다.
혹여, 브런치에서 양산된 질 좋은 글과 작가가 다른 매체로 확산되기를 원한다면, 즉, 다음과 같은 플랫폼에 글과 작가를 공급해 주는 공급처라면 이곳은 습작작가들의 훈련소가 맞습니다.
마치, 타짜 원아이드잭에서 주인공들끼리 끝없이 경쟁하고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이곳도 작가가 아니라 작가 훈련소이어야 합니다.
브런치는 결정해야 합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더 많은 대중들에게 노출되고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게 설계를 바꾸든지,
아니면 브런치에서 생산되는 작품과 작가들을
다른 플랫폼으로 소개하는 브리지의 역할이라도 충실히 수행하든지 결정을 해야 합니다.
물론, 브런치의 옳라 오는 수많은 글들은 완결성과 작품성을 가진 것을 찾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브런치 운영의 문제입니다.
작가라는 진입장벽을 설정한 후 작가를 인큐베이팅도 관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출간 이벤트등 몇몇 대표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작가들의 정기적인 글쓰기를 독려하고 제제하고 보상하는
그 어떤 것도 없었습니다.
질 낮은 글들을 제제하고 질 높은 글들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보강해야 합니다.
물론, 추천작가를 소개하는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질 낮은 글들을 제제하는 기능은 없습니다.
그나마, 작가라는 호칭을 얻는 분들이 최대한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고 있기에
더 문제가 되는 글들이 나오지 않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고료가 지급되지 않는다면 그에 응하는 보상을 주어야 합니다.
꾸준한 글쓰기와 일정한 작품성을 지닌 작품들을 직접 선별하고
끝없이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기본 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물론,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 속에서도 절대적으로 좋은 글과 좋은 작가는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드러나겠지요.
최근에는 일정한 글쓰기, 연재글을 쓰기를 종용합니다.
고료를 주든지. 공평한 노출을 해주어야 합니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는 정작 매일 수없이 생산되는
글들에는 고료조차 주지 않습니다.
작가라는 자존감으로 끝없이 글을 이곳에 올립니다.
브런치는 결정해야 합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더 많은 대중들에게 노출되고
소통되게 설계를 바꾸든지,
아니면 브런치에서 생산되는 작품과 작가들을
다른 플랫폼(다음카카오)으로 소개하는 브리지의 역할이라도 충실히 수행하든지......
작가의 숫자와 생산되는 작품의 양도 브런치는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끝없이 독자이자 작가인 사람들만 늘어나는
브런치
브런치는 독자이자 작가인 사람들이
지금까지 서로를 북돋우며 좋은 글들을
오직 자존감으로
지금까지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독자를 만난다는 것은
우월적 지위의 작가의 권리가 아니라 작품이 완성되는
기본적인 소통에 독자라는 축이 분명히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렇게 독자는 다시 작가가 되고 작가가 다시 독자가 되는 구조
그것이 비로소 글쓰기가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품을 통해 독자를 만나
소통하기 위해 브런치의 작가라는 진입장벽에 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아카이빙 하는 곳이라 자위합니다.
내가 작가인지 왜 이곳에 글을 쓰는지
가끔 자괴감이 듭니다.
4년 동안 매체에 제대로 노출 한번 되지 못한 자격지심인지
내 글쓰기의 수준이 이토록 주목성이 없는 것인지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는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