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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없는 영혼이 어디있으랴

자성 (自省) ,외로움이 몰려드는 날에는

by 여운


지난밤 악몽에 시달리다 깨어났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으나 꿈속에서 낯선 대학교 앞을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꽤 북적거리는 정문 앞을 지나

골목에는 막걸리와 부침개가 익어가는 수많은 식당과

통기타라도 흘러나올 것 같은 찻집들이 즐비합니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해야 할 일도 만나야 될 사람도

기다리는 벗들도 아무도 없습니다.

멀리서 지인인 듯한 얼굴이 오랜 단골인듯한 찻집으로 웃으며 들어갑니다.

아마도 찬구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거나

적당히 음악을 듣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마 벗들이 웃으며 나타나겠지요.


나는 어찌 된 일인지 그 자리는 외면합니다.

골목 이곳저곳 아무라 돌아다녀도

학교 안을 아무라 돌아다녀도

혼자입니다.


갑자기 뼛속까지 외로움이 밀려옵니다.

이름 모를 찻집 앞에 쪼그려 앉아

엉엉 울었습니다.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습니다.

울다 지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새벽에 깨어 삶을 반성합니다.


“아빠는 친구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데는 이유가 필요 없어 “

언젠가 특별한 이유 없이 외출하려는 아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자 딸이 내게 한 말입니다.


하나님 한분이면 족하고 내게 주어진 가족들이면

행복하다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지극히 내향적안 성격,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더 좋아하는 성격

함께하면 좋은 것들보다 힘든 이유들을 먼저 찾아내는 성격

방어기제 역시 ‘회피’

사업의 실패와 함께 끝없는 회피 속에 철저히 혼자로 살아온 삶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일들

인정받지 못하면 오히려 숨어버리는 습성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상처 주지 않고 살아온 인생이 어디 있으랴


시간과 함께

상처는 아물고 흉터는 빛납니다.


전화기를 들고 연락처를 뒤적입니다.

찬바람이 불어옵니다.

외롭지 않기 위해 오늘은

쓸데없는 약속 잡아 보렵니다.

아프지 않기 위해 하릴없이 길을 나서보렵니다

서로의 상처 맞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기 위하여.

반성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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