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작을 권유하는 브런치,
글쓰기를 잠시 멈추면
어김없이 이런 알림이 옵니다.
[글 발행 안내]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
그래도 글을 올리지 않는 시간이 며칠 흐르면
[글 발행 안내] 구독자들은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님에게 더 깊은 친밀감을 느낀다고 해요. 작가님의 소식을 기다리는 구독자들에게 새 글 알림을 보내주시겠어요
이런 알림이 옵니다.
브런치는 참 친절합니다.
다작을 권유하는 브런치
브런치는 확실히 다작을 권유합니다.
글쓰기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
당연히 많은 글들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것입니다.
다량의 글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글도 중요합니다.
확실히 브런치는 실용을 사랑합니다.
절차탁마를 거쳐 읽을수록 깊은 글보다도
오늘 하루 일용할 가치를 지닌 캐주얼한 실용적인 글들을 좋아하나 봅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트렌디한 글.
그러고 보니 이 플랫폼 이름이 '브런치'입니다.
아침식사도 아닌 점식식사도 아닌
먹은 거도 아니고 거른 것도 아니어도 괞찮은 식사인지 간식인지
구별이 안 되는 브런치
이 한없는 가벼운 글은 책임도 가볍습니다.
브런치가 우리를 작가라기보다 습작가로 생각한다면
끝없는 글쓰기의 권유는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플랫폼을 처음 시작할 때 우리는 작가라는 나름의
통과의례를 거쳤으며 우리가 쓴 글을 작품이라 일컫습니다.
문우들끼리의 습작을 나누는 공간은 분명히 아닙니다
습작의 시기, 다작은 너무 중요합니다.
습작을 어디까지 나눌 것인가. 중요한 지점입니다.
어찌 됐던
브런치는 우리를 작가라기보다 습작가로 보며
많은 작품을 생산하고 생각이 소모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깊은 사유보다 짧은 단상 절차탁마 보다 일필휘지
내일이면 잊혀도 좋은 오늘만 반짝여도 좋을 글
이런 글이 과연 좋을 글일까요.
작가가 소모되고 소비되는 브런치가 아니길 바랍니다.
절차탁마
작가에 따라 정기적인 글쓰기와 다작이 더 많은 사유와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절차탁마'를 통해 한 편의 글이라도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더 중요시합니다.
물론, 많은 선례들을 통해서 우리는 제한된 일정과 원고독촉이 없으면 글조차 생산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정기적인 글쓰기와 다작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글쓰기를 권유하고
좋은 글을 선별하고 유통하는데 더욱 힘을 써주기 바랍니다
한 편의 글이라도 깊이가 있고 오랜 사유와 함께 쓰인
많은 좋은 글들이 끝없는 다작의 뒤로 밀려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참 괴로운 일입니다,
작가를 양성하는 것
브런치의 중요한 역할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기적인 글쓰기도 중요하지만
오래 묵어 빛나는 사유를 갈고닦아 가끔 올리는 빛나는 한편을
찾아내고 의미를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브런치에서 이런 메시지가 오면 좋겠습니다.
[글 발행 안내] 구독자들은 깊은 사유와 절차탁마를 걸쳐 쓰인 작가님의 글 한편에 더 깊은 감동을 느낀다고 해요. 작가님의 소식을 기다리는 구독자들에게 좋은 글 알림을 보내주시겠어요
좋은 글을 찾아내는 브런치
좋을 글을 유통시키는 브런치
좋은 글을 쓰는 작가를 발굴하는 브런치
인터넷 세상에서
너무 많은 기대일까요?
이 글 역시 절차탁마 없이 한번에 써내려간 글입니다.
이렇게 퇴고 하지 않고 글을 올리는 내가 부끄러운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