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우리의 날들을 새롭게 하소서
2021년 10월 말 갑작스러운 심장통증으로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았습니다.
현재 건강히 회복 중에 있으며
이 글은 그 당시 기록과 그림, 기억을 더듬어 새롭게 쓰는 글입니다.
제 이름은 正祐입니다.
바를 정 도울 우
평생을 제 이름의 뜻을 '바르게 돕는 사람'이라 알고 있었습니다.
제 이름을 지을 때
친조부님과 외조부님 그리고 목사님이 함께 자리하셔서
머리에 손을 얹어 이름 지어 주셨다 늘 듣고 자랐습니다.
바르게 돕다. 이 말의 감추어진 주어는 '나'였고 목적어는 '남'이라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없이 살아왔습니다.
"바르게 돕고 살고 싶은데 나는 늘 왜 뜻대로 되지 않을까?"
"왜 돕고 살지 못하고 오히려 도움을 받고 사는 일이 더 많을까?"
"왜 도움은커녕 오히려 남들을 힘들게 만들며 살게 되었을까?"
이름에 대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자조와 한탄, 원망으로 회귀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껏 마음을 모아
"주여 나를 돕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도록 하여 주옵소서"
그렇게 기도하며 사는 것이 최선인 줄 알았습니다.
생사를 넘어 하나님의 전적인 도우심을 경험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 이름의 뜻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교만과 자아는 단 한 번도 내 이름의 주인이
하나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제야 내 이름의 진정한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눈물이 흐릅니다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이 한없이 흐릅니다.
한자사전에 '돕다'라는 뜻을 지닌 한자들이 몇 개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제일 눈에 띄지 않는 저 한자를 제이름에 썼는지
여태까지 몰랐습니다.
祐 이 한자는 다른 '우'자에는 없는
'신이 돕다'라는 뜻이 한자에 들어있습니다.
"바르게 살면 내가 너를 도우시리라"
"바르게 살도록 내가 너를 도우리라"
제 이름의 뜻이 이것이었습니다.
평생 동안 주어를 바꾸어 살았습니다.
내 이름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습니다.
내게 단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으셨던
하나님이 내 이름의 주인이셨습니다.
심지어 내가 바르게 살기 힘든 것까지 아시고
바르게 살도록 돕겠다 하십니다.
하나님은 내 이름을 아십니다
내 이름의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내 도움이 어디서 오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55번째 생일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름도 새롭게 받았습니다.
희년을 허락하신 그분께 감사합니다.
우리의 날들을 새롭게 하사
옛적같이 하옵소서
예레미야 애가 5장 21절
봄이 찾아옵니다.
옥상에서 하던 걷기 운동을 가까운 체육공원으로 옮겼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연재를 시작하고 올렸던 두 번째 글입니다)
https://brunch.co.kr/@topgunkk/103
이제, 심장을 잠시 멈추었던 기억을 딛고
세상 속으로 걸어갈까 합니다.
투병 기간 온몸을 다해 간병해 준 아내와 두 딸
눈물로 기도하던 노모와 노부 친지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임하자마자 첫 병원심방을 해 주신 담임목사님과 부목사님
진단과 수술절차에 전문적이고 세밀하게 걱정하고
함께 고민해 주신 박은호장로님과 박찬희선생께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담백하게 상담하고
집도해 주신 장우성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기도로 물질로 눈물로 제 병상을 함께 해준
교회공동체 지체들께 거듭 감사합니다.
제 이름 아시는 그분께 의지하며
날마다 새로운 삶을 향해 살아내 보겠습니다.
내 이름 아시죠?
성령님, 이제 죽음의 수술실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함께 가시지요.
봄이 오는 길목으로......
여러분도 같이 가시죠?
나를 지으신 주님 내 안에 계셔
처음부터 내 삶은 그의 손에 있었죠
내 이름 아시죠 내 모든 생각도
내 흐르는 눈물 그가 닦아 주셨죠
그는 내 아버지 난 그의 소유
내가 어딜 가든지 날 떠나지 않죠
내 이름 아시죠 내 모든 생각도
아바라 부를 때 그가 들으시죠
-천광웅 내 이름 아시죠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지 못하고
수술 후 거의 2년이 지나 글을 마무리합니다.
처음 글을 쓸 때의 감격도 마무리하는 지금에는
많이도 메말라 있습니다.
인간은 참 간사합니다.
매일매일 살아갈수록
그때의 감사와 감격이 사라집니다.
이제, 내 발로 일상을 영위하고
엎드려서 잠도 자고 자전거도 타고
격한 운동도 무리 없이 합니다.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약처방과 검사를 하며
거의 모든 것에 자유를 찾았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의 감격과 기억을 잊지 않고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심장을 멈추었던 기억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