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by 여운
2021년 10월 말 갑작스러운 심장통증으로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았습니다.
현재 건강히 회복 중에 있으며
이 글은 그 당시 기록과 그림, 기억을 더듬어 새롭게 쓰는 글입니다.





병원 문을 열자 엄청난 한파가 나를 맞아줍니다.

퇴원 날짜가 갑자기 잡히는 바람에

와이프랑 둘이서 짐을 챙겨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야 합니다.

어제저녁부터 설렘반 걱정반으로 와이프와 나는

긴 병원생활을 정리합니다.

초가을에 입고 온 옷가지 들은 급히

집으로 먼저 보내고 두꺼운 외투와 바지를 준비해 왔습니다.


처방전을 받고 약국을 다녀오고

퇴원준비를 하느라 와이프는

온종일 바쁩니다.

대강 집을 싸놓고 침상에 걸터앉아

지나간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병원 출입문에서 택시까지

불과 몇 미터 안 되는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마치 수술 전 심장이

아프던 그날로 되돌아간 것 같습니다.

집에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택시 안에서

추위와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집 거실까지 가는 길에

몇 번이나 주저앉았나 모릅니다.

타는듯한 목마름과 가래 기침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집안까지

사투를 벌이며 아내와 함께

걸었습니다. 소리 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드디어 도착한 집 거실에 풀썩 주저앉아

물 한잔을 마시고는 그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창틀에 두 다리를 걸치고 창밖을 봅니다. 이런 일상을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찬찬히 돌아보면

도대체 몇 번의 기적이 맞물려서

집으로 돌아왔는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길바닥에서 갑자기 쓰러져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감사하게도 백신후유증처럼 통증을 느끼게 된 것부터 기적입니다.

교회 공동체의 뜨거운 기도가 투병기간 내내 함께 한 것도 기적입니다.

새로 부임하신 목사님의 첫 환자심방이 나였던 것도 기적입니다.

헤아릴 수 없는 기적의 순간을 집안 거실에 따뜻하게 앉아

헤어 봅니다.

내가 이런 기적의 수혜자가 될 자격이 있나 생각해 봅니다.


없습니다.

단 하나의 이유도 없습니다.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 밤

온 가족들이 모여 감사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가슴은 여전히 통증이 멈추지 않고

아직도 통잠을 자지 못하고 밤새 깨어납니다.

갈비뼈의 통증으로 제대로 눕거나 엎드리지 못해

거실 소파에서 잠을 청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몇 번을 펑펑 운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욕실에서 샤워를 하던 날

온몸의 수술자욱을 확인 한 순간

주저앉아 한없이 울었습니다.

무엇이든 먹으라 했지만 아무런 맛도 식욕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인스턴트 수프 한 숟가락을 먹고

바닥에 엎드려 엉엉 울었습니다.

맛이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순간순간

회복되고 있습니다.

모든 순간 모든 일들에

감사와 감격 눈물이 흘렀습니다.

삶의 일몰의 순간이 새로운 일출로 바뀌었습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누가복음 3장 22절

이전 19화흉터 빛나는 내일이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