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빛나는 내일이 찾아옵니다

퇴원을 준비합니다.

by 여운
2021년 10월 말 갑작스러운 심장통증으로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았습니다.
현재 건강히 회복 중에 있으며
이 글은 그 당시 기록과 그림, 기억을 더듬어 새롭게 쓰는 글입니다.




의사는 회진 때마다 퇴원을 이야기합니다.

입원대기환자는 끝도 없습니다.

항상 침상은 모자라고 환자는 넘쳐납니다.

외과적 수술을 마친 환자는 조금만 회복의 기미만 보여도

퇴원을 종용하는가 봅니다.


일상이 천천히 나에게 손짓합니다.

정원을 산책하고 푸드코드를 드나드는 일이 즐겁습니다.

환자복 위에 두꺼운 외투를 덥고 마스크를 끼고

이젠 휠체어 없이 천천히 걸어 봅니다.

아직 음료도 마시지 못합니다.

먹을 수도 없지만 맛이란 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과일주스를 먹고 싶어 맘먹고 한입 마시다가

토했던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합니다.


가슴부위 수술자국을 드레싱 때는 그나마 내 눈에 잘 안 보여서 모르지만

정맥을 떼어낸 두 다리를 드레싱 할 때는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목욕탕을 평생 갈 수나 있을까?

생각이 갑자기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병실을 옮기고 나서 급격히 회복이 됩니다.

옆자리 환자와도 즐거운 담소를 나눌 수 있고

병원에서의 일상이 즐겁습니다.

매일매일 운동량이 많아집니다.

힘들지만 회복훈련을 거듭할수록 점점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물론, 약물로 가리어졌던 다양한 통증과 고통

아직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기침할 때마다

고통으로 뒹굴지만, 삶의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보니

분명 퇴원이 가까워졌습니다.

일상이 손짓을 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일상으로 복귀는

적어도 반년 이상 걸릴 것이라 합니다.

살아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 눈물 흘렸던 것이 바로 며칠 전인데

이제, 다음 달 있을 강의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참 얄팍한 인간입니다.

목숨만 거두지 말라 기도 하던 것이 불과 며칠전일이었는데

이제 제 발로 걷기 시작하자 또다시

욕심을 냅니다. 문득 다시 슬퍼집니다.


가슴의 굵은 수술 자국, 두 다리의 길고도 긴 수술 자국

감사를 잃어버릴 때마다 기억을 되돌려줄

빛나는 훈장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하나님

또다시 가슴에 꾹꾹 우겨 담아 봅니다.


퇴원 통고를 받았습니다.

겨울은 이미 모든 것을 얼려 버리고 있습니다.

초가을에 엠뷸런스를 타고 들어온 병원을

한겨울에 나서는가 봅니다.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나도 바뀌었습니다.



만군의 하나님이여 우리를 회복하여 주시고
주의 얼굴의 광채를 비추사 우리가 구원을 얻게 하소서

시편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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