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살다 간 사람
달은 가장 오래된 TV
벼르고 벼르다 보게 된 영화
"달은 가장 오래된 TV"
지역의 독립영화관에서
도슨트 상영이 있어 설레는 맘으로 보게 된
영화
젊은 청춘의 백남준과 함께
노년의 마지막 백남준을 보는 것은
슬펐다.
영화의 중간중간
바이올린을 묶어 매달고 거리를 거니는
젊은 백남준, 늙은 백남준
세월을 맞으며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아련하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보던 그날 그 밤을 기억한다
1984년 푸르디 푸르렀던 내 청춘의 하루밤이 떠오른다
역사적 사건이라 tv에서 떠들고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건만
정작 방영된 영상에서 나는 어떠한 감상도
느낄 수 없었다,
누구도 무었을 느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정작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사실과
지금 그가 내게 말을 건넨다는 사실은
까맣게 알지 못한 채.
비로소 오늘 비디오의 잔상을 따라 왜곡되었던
그의 모습이 어렴풋이나마 보인다.
존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던 그의 모습과
그의 장례식에 참가한 사람들이
자신의 넥타이를 자르던 모습이 겹쳐진다.
존케이지가 관객과 아티스트가 경계를 허물었다면
백남준은 시간의 벽을 허물었다
파괴자 백남준
그의 유년과 청춘의 험난한 시간을 비로소
어렴풋이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친일파의 아들로 유복한 삶을 타고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온 천재
그의 삶과 예술
그는 미래를 살았다
세계가 연결된 인터넷의 세상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날을 먼저 이야기한 사람
일인매체의 시대를 예견한 사람
깨어진 공동체
소통에 갈급해하던
한 사람 백남준
정성 들여 만든 영화임에 틀림없다
백남준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영화
중간중간 다양한 퍼포먼스들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
잊혔던 소위 전위예술가들의
늙은 풍경도 나쁘지 않았다.
피상적으로 알던
비디오 아티스트, 전위예술가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던
그의 참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는 영화
인공지능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적절히 소환된 백남준
기술과 예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언제나 유효하다
어맨다 킴 감독
스티브연 내레이션
꼭 보시라 권하고픈 영화
"달은 가장 오래된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