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로 가득 찬 60년 된 LP 음악감상실
"하이마트로 가요~ "
이 낯익은 카피에 등장하는 하이마트는 가전 유통 브랜드가 아니다.
대구 동성로,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음악감상실 ‘하이마트’가 있다.
1967년 개업한 이곳은 녹향 음악감상실과 함께 대구의 음악사를 품고 있다.
하지만 녹향이 대구문학관의 지하에서 박제된 클래식 감상실로 남았다면,
하이마트는 그 낡은 형태 그대로, 그러나 아주 조금씩 변화하며 이어져 왔다.
한때 지인들의 SNS나 문화 소식란에서 가끔 이름을 보았고,
연극, 시 낭송, 작은 음악회들이 열린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하이마트는 마치 1980년대, 혹은 그 이전의 시간이
고스란히 함께 늙어가는 공간처럼 보였다.
몇 안 되는 이들이 오가고, 행사를 만드는 사람과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시절을 여전히 기억하는 나이 든 청춘들이었다.
낡아가고, 어두워지고,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듯한 그 공간은
두 번 다시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2025년의 봄.
불안한 시국에 흔들리는 마음을 둘 곳 없어
문득 하이마트를 떠올리고, 그 골목길을 따라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익숙한 풍경. 계단에 붙어져 있는 낡은 포스터들
대형유리거울, 빛바랜 벽.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였다.
그런데, 문을 열자 그곳에는 예상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공간 안을 가득 채운 젊은이들.
혼자가 아니라, 연인과 친구와 함께 LP 음악을 듣는 모습.
스피커를 향해 앉아, 함께 같은 곡을 듣고 있는 모습.
그 감성을, 이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클래식에서 70~80년대 팝과 통기타 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바뀌었지만
그들은 자연스럽게 그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놀라웠다.
여긴 단순한 ‘레트로’ 공간이 아니었다.
과거를 박제한 장소도 아니었다.
여전히 숨 쉬며, 시대와 세대를 잇고 있는 곳이었다.
변화는 아주 조금씩 있었겠지만,
본질은 그대로였다.
음악을 매개로, 세대와 세대가 연결되는 공간.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과, 새로운 세대를 품은 이 공간에서,
시간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지금의 젊은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돌아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 음악 속에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비소로 소통은 이루어질 곳이라는 믿음
봄바람이 부는 날 나지막이 읊조려 봅니다.
음악이 흐르는 동성로 그 낡디 낡은 하이마트로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