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주여! 이재는 여기에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하였으리라.”
(요한복음 18:36)
"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깜깜한 저 가난의 거리.
어디에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 찾아 헤메이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금관의 예수라는 김민기의 노래가 있습니다.
가시관을 쓰고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죽어가신 예수님에게, 누군가 억지로 화려한 금관을 씌워 버리고, 그 속에 갇힌 예수를 뒤로한 채 스스로 예수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은 언제부터 십자가의 주님을 권력의 보좌에 앉히고, 어깨에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앞장 세워 권력의 무기로 만들었을까요?
한국교회의 역사는 곧 한국사회의 영적 뿌리입니다.
따라서 교회의 문제는 곧 사회의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해방 이후 80년 동안, 교회는 민족의 희망이자 동시에 민족의 아픔을 심화시킨 주체였습니다.
복음의 자유가 주어졌음에도 교회는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와 권력의 유혹 앞에 무너졌습니다. 십자가 대신 태극기를 들었고, 예수의 가르침 대신 반공의 강단을 세웠습니다. 서북청년회의 폭력에 침묵했고, 보도연맹 학살 앞에서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국가조찬기도회라는 제도를 통해 권력과 교회는 손을 맞잡았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과거사 정리가 아닙니다.
한국교회의 지난 80년 역사를 직시하며, 우리가 언제 어디서 본질을 잃었는지 고백하려는 시도입니다.
이것은 고발서가 아니라 회개의 서사입니다. 동시에, 교회가 다시 십자가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기도의 자리입니다.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십자가의 예수를 금관으로 바꿔치기한 우리의 죄악을 고백합니다.
이제 다시, 가시관 쓰신 주님을 따라 십자가의 길로 돌아가게 하소서.
다음 회 예고
9월 5일 금요일 연재됩니다
제1부 : 피로 시작 된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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