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의 헌정 '심성락 선생'

新 Tv가이드

by 여운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 프로젝트가 그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


'놀면 뭐하니'가 계속 만들어 나가는 큰 그림의 끝이 어디까지 일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김태호 Pd가 유재석이라는 소재를 통해 장르를 넘나들고 확장을 보여주며 지나간 자리마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그늘들에 햇살을 비춰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것은 그가 지난 세월 '무한도전'을 통해 보여주었던 그 무엇과는 조금은 결이 달라 보인다. 경쟁으로 내어 모는 사회, 무한한 도전을 요구하는 세상에 대하여 쿨하게 응수하지만 냉소적인 관점은 항상 유지하고 있었다. 레전드라 불리는 바캉스 특집. 다 녹은 아이스크림을 향해 달려드는 최 하위 그룹의 한심하고 찌질한 경쟁을 통해 우리의 군상을 보았고. 명수는 12살을 통해 해체된 공동체 속에 해체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들기도 했다.

몰론, 간간이 약자들에게 보내는 따스한 메시지와 위로 등은 우리가 그 오랜 세월 동안 무한도전을 지지하고 응원한 이유 이기는 하지만,


넓고 따뜻해졌지만, 휴머니즘에 기대지 않는다. 놀면 뭐하니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비틀고 꼬던 방식이 더 과감해졌다. 그냥 설정이니까 받아들이라고 대 놓고 이야기한다. 대담해졌다. 직설적이지만 구체적이다.


드럼 비트 한 조각을 통해 음악이 확산되고 넓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사실은 그것 도 어찌 보면 또 하나의 장치, 그것들이 확산되고 넓어지는 시점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준다.

평생을 악기만 다룬 세션 연주자, 편곡자, 각자의 영역에서 "애정"하나에 평생을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을 무심한 듯 보여준다. 성과나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무한도전'이 구조와 시스템에 대해 비꼬아 이야기했다면
'놀면 뭐하니?"는 이제 깊숙이 사람 자체에게 렌즈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유산슬 프로젝트는 어쩌면 유치하고 저급한 B급 대중문화의 뒤안길에 평생을 살아온 진짜 예술가들의 늙은 주름살을 보여준다.

반짝이 의상을 만드는 사람, 5분 10분 만에 곡하나 쯤은 거뜬히 뽑을 수 있다고 자랑하는 작곡자와 편곡자.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뮤직비디오 연출자. NG 한번 없이 진행하는 그들만의 B급 세계를 무심한 듯 보여준다.

세련되고 고급진 세상의 뒤켠, 어두워지면 나타나 저급하지만 직접적으로 상처를 안아주던 세상을 건드린다. 그리고 그 세계와 감정이 결코 값어치가 없거나 저급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 속에 존재하는 B급 문화에 대한
자기 검열을 무장 해제시킨다.


이번엔 유산슬 콘서트의 말미에 한국 대중음악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 선생님을 소환 해 냈다. 아니, 평생을 우리가 즐기며 지나오던 음악 속에 실존했지만 늘 못 보고 지나치던 그분을 우리에게 '소개' 해 주었다.


84년의 인생을 살아온 심성락 선생.

음악의 음자도 들어 본 적이 없지만 그냥 하다 보니까 된 음악

내가 우울하면 우울한 음악이 즐거우면 즐거운 음악이 연주되던

나 같은 악기 아코디언과 평생을 함께한 심성락 선생


방송 중 몇몇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짧게나마 그의 인생이 그려진다. 보는 우리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08.jpg 악기가 화재로 소실된 사건을 두고 하림은 " 아마 친구를 잃어버린 심정이었을 것"이라 했다


'놀면 뭐하니?'의 인간을 향한 시선이 반갑다.

경쟁과 산업화가 만들어낸 차별과 갈등은 존재 자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만이 치유가 가능하다."있어줘서 고맙다." 살아줘서 고맙다, 무엇을 이루어서 고마운 것이 아니라,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다. 인간은


심성락 선생님의 인터뷰 중 이 한마디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다.


노래를 못하니까 소리로 대신하는 거예요
이 악기가 내 노래를 해 주는 거예요 내 마음을


말로 다 표현 못해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 우리에게는 어떤 친구 같은 악기 어떤 도구들이 있는 것인가?

설혹, 그 도구를 돈이나 명예나 권력이라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는가 묻고 싶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심성락 선생님의 아코디언이
우리에게 하나씩 있는가?



이마도 '놀면 뭐하니'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차마 말로 하지 못해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눈길 한번 주는

연말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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