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정리><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버리는 삶이 아니라 회복하는 삶의 통로를 만드는 위로의 시간

by 여운

Tvn이 새롭게 론칭한 <신박한 정리>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다섯 명 식구의 수년간의 삶이 엉킨 정은표의 집이, 정리를 통해 바뀌고 그 변화를 보며 폭풍 오열하는 출연자들과 그들의 감정에 이입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가장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채 좁은 낚시의자에 앉아 건조기의 소음을 벗 삼아 대본 리딩을 하는 정은표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복잡하게 얽힌 채 불편하게 살아가던 자신의 삶을 발견했고, 평생 자신의 책상 하나 갖지 못한 삶이 결코 경제적 문제가 아니었으며. 정리를 통해 가족공동체의 희망적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기에 시청자들은 행복했습니다.


코로나 19가 열어젖힌 집콕의 시대는 우리를 집과 티브이 앞에 더욱더 오랜 시간 머무르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적절히 론칭된 <신박한 정리>는 실생활에 적용되는 실용적인 살림 방법의 팁을 제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뿐 아니라 자신을 정리하고 삶을 간결히 정리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킵니다. 즉, 공간의 정리를 통해 가족 공동체가 얻는 것은 보다 넓어진 공간만이 아니라 삶의 방법 혹은 가족 간의 적절한 정리의 계기를 부여합니다.

해묵은 먼지에 쌓은 가재도구는 저마다 처박혀 있거나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오히려 삶의 짐이 되고 방해가 됩니다.

정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사물과 공간이 재배치라는 방식을 통해 길이 생기고 소통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의 원형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서 찾아야 할 듯합니다.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 가 미국 일반가정을 방문하여 정리의 방법을 전수하고 가족들은 정리의 과정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이미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정리의 힘>등 다양한 책자를 통해 알려진 인물입니다.

곤도 마리에의 넷플릭스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얼마나 반응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프로그램은 최소한 미국인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무릎을 꿇고 앉아 그간 거주하게 해 준 집에 대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묵상의 시간, 옷을 개는 방법을 전수하면서 단순히 옷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는 장면 등을 통해 곤도 마리에는 정리를 기술과 방법에 그치지 않고 공간과 사물에 감성을 부여하고 나아가 정리의 시간을 신비한 동양의 의례와 종교적 의식의 경지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인들에게 이러한 동양의 신비한 의식은 신비한 느낌과 함께 색다른 경험을 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종교적 의식과도 같은 인고의 정리를 통해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 회복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에게 미니멀리즘은
철학적 여유가 아니라
필연적 선택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곤도 마리에는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와 함께 받아들여졌습니다.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유행하던 시각 예술로부터 출발합니다. 이러한 '본질만 남기자'는 미니멀리즘은 일본을 거치면서 생활의 영역에서 단순한 삶의 추구로 발전했습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사사키 후미오>와 같은 책들은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미니멀리즘을 전파한 대부분은 서적은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며 그 연장선에서 <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로 이어졌다고 보입니다.

'미니멀리즘'은 일본의 현실을 가장 적절히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데 적절한 맞아떨어진 현상으로 보입니다. 일찍이 이어령이 말했던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반도체와 전자제품의 축소와 집적에 탁월한 기술을 발휘했고 그들의 생활도 과거 그들의 선조가 그랬던 것처럼 풍경조차 축소하고 자연조차 분재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세계 최대의 밀집 도시에서 좁은 아파트의 환경에서 살아내고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사실은 욕망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유보하고 인내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닥친 버블경제의 붕괴는 더 이상 인내하고 유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일본인들에게 미니멀리즘, 버리는 삶은 철학적인 여유가 아니라 필연적 선택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협소 주택의 천국이며 인내와 적응의 민족에게도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사회와 욕구의 증가와 희망이 사라지는 현실 앞에 더 이상 축소를 통해 해결되지 않으며 버리거나 비우지 않으면 삶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는 현실을 맞이 했는지도 모릅니다.

절망의 끝에서 만난 현실적인 대안이 <미니멀리즘>은 아니었을까.


무소유의 삶,
나누는 삶. 함께 사는 삶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책의 제목만으로도 우리의 감성을 건드렸습니다. 2010년 법정스님의 입적을 계기로 그의 삶과 철학이었던 <무소유>는 당시 정치적 환경 속에 패배주의와 더불어 지식인들의 정서적 도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가지지 않는 삶'이 아니라 '나누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 었으며, 나누는 삶은 '함께 사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살고 나누는 삶을 살기에 우리 사회는 이미 대가족이 분해되었고 극단적인 실용 사회로 접어들었으며, 빈익빈 부익부가 극대화되었습니다. 가지지 않는 삶도 불가능하지만 나누는 삶을 살아갈 '함께 사는 공동체'가 이미 무너져 버렸습니다.

나누는 삶이란 대상을 객관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평생 만나지 못할 아프리카의 빈곤 아동을 후원하고, 북극곰의 생존을 위한 기부하는 것은'나누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결코 '나누는 삶'이 될 수는 없습니다.

무소유의 철학에는 동의했지만, 무소유의 삶을 살아갈 수 없는 또 다른 딜레마가 생긴 것입니다.



<신박한 정리>는 비우고 버리고, 소유와 필요를 구분하는 경계를 우리에게 제시합니다. 과도한 욕망과 집착에 사로잡힌 복잡한 공간에서 정리와 구분 비움을 통해 여유와 여백을 찾아내는 모범을 제시합니다.

이미 복잡하게 얽히고 꼬여있는 삶의 굴레에서 누군가가 나타나 '신박한 정리'를 해주는 것 만으로 해방과 희망을 가지게 만듭니다.

정리와 재배치 만으로도 공간의 주인이 가족이며 가족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는 여백과 여유의 공간을 찾아줄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줍니다.

<신박한 정리>는 정리의 과정을 <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가 제시하는 신비하고 동야적인 자아성찰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거나 내가 잘못하지 않았으나, 단지 열심히 살아온 것 그리고 지켜야 할 무게들을 지켜온 결과가 너무나도 복잡하고 내 발목을 잡고 있을 때. 이는 결코 자아성찰이나 회개와 반성을 통해 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움의 손길. 위로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신박한 정리>는 열심히 산
가족 공동체에 던지는 위로이다.


<신박한 정리>는 출연자와 그 가족에게 지난 삶에 대한 위로를 건네는 프로그램입니다.

비우거나 버리는 미니멀리즘을 전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복잡한 삶을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단지, 간단한 전환, 환기의 계기를 외부에서 주는 과정입니다.

<신박한 정리>는 미니멀리즘, 비우고 버리는 과정이 아니라, 삶의 쉼표를 찍고 가족공동체와 사회 공동체가 삶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입니다.

매일 아침 똑같은 패턴 속에 경쟁과 소유 그리고 그 대척점에 서있는 가족공동체를 지켜나가는 끝없는 챗바퀴를 잠시 멈추고 숨 쉼을 주는 삶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신박한 정리>가 더 많은 위로와 시청자의 지지를 얻으려면. 나눔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추적해야 합니다.

버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물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가 되고 그 필요가 공동체의 삶의 이유가 되는 위로의 선순환을 그려내야 합니다.

비록, 출발은 연예인 출연진들의 삶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출연진들은 삶의 내밀한 부분을 최소한 공개하고 먼저 나누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신박한 정리>는 4차 산업혁명의 입구, 끝없는 생산과 소비가 미덕이던 시대, 가족 공동체를 해체하고 경제적 계급으로 소비하던 시대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공유하고 재생하는 공동체 삶으로 전환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가족공동체의 출발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합니다.

<신박한 정리>는 정리를 넘어 관계의 회복과 가족공동체의 '플랫폼'을 만드는 실험이 되어야 합니다.

미니멀리즘, 혹은 비움의 철학에 빠지지 말고, 관계의 회복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


<신박한 정리>의 정리는 가족 공동체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정리1整理[정:니]

1.흐트러진 것이나 어수선한 것을 한데 모으거나 둘 자리에 두어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

2.일정한 순서나 체계를 가진 상태가 되게 함

3.문제가 되거나 불필요한 것을 줄이거나 없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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