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여름방학] 표절 혹은 오마쥬, 그 어디쯤

나영석 Pd의 위태한 줄타기. 무한 확장과 자기 복제

by 여운

스타 연출자 나영석의 새 작품 [여름방학]이 뜻하지 않는 표절과 왜색 논란에 빠졌다.


1박 2일. KBS가 2020년에도 버리지 못하고 다시 꺼내어 재활용하는 주말 예능의 전형을 완성해낸 연출자 나영석.

언젠가 그는 KBS를 떠난 이유를 1박 2일의 소재 고갈과 피로도를 호소하며 잠시도 쉴 수 없는 공중파의 경제논리 때문이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새롭고 신선한 상상력이 개입하도록 기다려 주기에는 주말 버라이어티 시장의 경쟁은 너무나 극한이었던 시절이었다. 다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미 성공한 포맷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고통이 얼마나 컸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이 된다.

TvN으로 이직한 후, 지금 까지 그는 시즌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 또한 1박 2일의 경험이 지대했으리라 생각된다.


그가 KBS를 떠나 2013년 제작한 <꽃보다 할배>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예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가 등장하던 바로 그 무렵, 리얼 버라이어티라 이야기하기엔 뭔가 부족한 예능과 다큐 그 어디메쯤에 있는 작품을 들고 나타났다. 1박 2일부터 시작된 연출자의 개입은 출연진과의 다양한 긴장을 불어넣으며, 때로 협력자, 조력자로 때론 빌런으로 상황과 무대를 조율하며 그냥 보고 즐기기엔 아까운 다양한 예능들을 제작해 나갔다.

비슷한 시기에 <삼시 세 끼>라는 또 다른 히트작을 만들어 내었고 2015년 <신서유기> 2017년에 이르러서는 < 윤 식당> <강식당><알쓸신잡> 그 후 <숲 속의 작은집> <스페인 하숙>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작품을 제작해 냈고, 작품들은 꾸준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나영석 Pd의 작품의 원형질은 여행과 음식으로부터 출발한다.

1박 2일은 예능프로그램이 가지는 여행과 음식의 편안한 조합을 깨고 불편하고 부족함의 조합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끝없는 복불복의 돌려막기가 식상해질 무렵. 나영석 Pd는 자리를 옮겨 음식과 여행의 코드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할배와 여행, 연예인과 집밥, 여행과 식당 등등 그가 준비한 설정은 힐링의 열품과 함께 여백이 있는 예능으로 새로움을 선사했다. 삼시 세 끼는 오리들의 움직임에 포커싱을 맞추고, 개와 고양이 닭에게 꽤나 서사적인 자막과 영상을 할애했다.

그런가 하면 <신서유기>를 통해 1박 2일의 또 다른 키워드 복불복을 하드코어 버전으로 풀어냈다.

한편, 2017년 전혀 다른 혈통을 지닌 <알쓸신잡>이 론칭된다. 이즈음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나영석 Pd의 작품은 손대는 작품마다 성공을 가져다주었고, 가히 TvN 예능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황금시기를 보내게 된다.


<1박 2일>의 콘셉트 여행과 음식은 <신서유기>의 하드코어 게임, <꽃보다 할배>의 격세 간의 해외여행. <삼시 세 끼>의 이국의 공간과 음식으로 분화되었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무한 확장과 자기 복제가 시작된다.

2017년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남북 간의 긴장도가 최고조에 이르던 때이었다. 샤이니의 종현이 사망하였다.

이전까지 우리의 정서를 지배하던 것은 <힐링>이었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CF의 도발적 문구처럼 현실은 암울하지만 정서적으로 쉼을 통해 힐링을 얻어야 한다는 '현실도피'의 욕망과 사회적 위로를 구하던 시절의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희망과 미래를 열어내던 그 시절과 맛 물린다.

현실도피적인 힐링에서 적극적인 여행과 낭만이 로망으로 자리 잡던 바로 그 지점이었다.


각기 작품은 기존의 1박 2일의 혈통에 다양한 작품의 오마쥬가 겹친다.

<알고 나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보면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보인다.

여행과 잡식한 인문학을 결합한 이 작품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영상판으로 읽힌다.

<꽃보다 할배>는 당시 휘몰아치던 여행 수필의 결정판을 보는 듯하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오마쥬 하고 복제하며 공간과 설정의 차이만으로 무한한 확장을 해 나간다. <신서유기>가 식당을 하기도 하고 <삼시 세 끼>가 외국에 가서 <하숙집>을 하기도 한다. <1박 2일> 팀이 라면을 끼리 기도 하고, 과학과 미술, 요리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무한 확장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하숙집을 스페인에서 오스트리아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설정이 필요하다. 나영석 Pd는 시대에 맞는 트렌디한 판단에 영특하다. 시대에 맞게 그는 확장과 변형을 이루어 내는데 합당한 근거들을 내어놓고 적당히 믹서 해낸다. 그는 이것을 시청률 때문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어찌 됐던 이러한 확장에 따른 근거는 다양한 오마쥬를 통해 해결해 왔다. 여행과 푸드 그리고 낭만과 여백, 동물까지도 적절히 배합하거나 인용하면서 자기만의 특별한 세계를 만들어 왔다.


무한 확장과 자기 복제의 공식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나영석 사단은 몇 개의 기본 틀만 있으면 서로 복제하고 융합하여 비슷하지만 다른 새것을 동시에 만들어 낸다. 제작은 시간문제인 시스템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한한 확장은 필연적으로 자기 관리의 한계가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몇 개의 프로그램에 대한 설정과 디테일을 혼자서 챙기기에는 너무나 비대해졌다.

소위. 나영석 사단은 이러한 일을 잘해왔다. 그러나, 2020년 현재도 동시 진행되거나 준비되는 프로그램, 옴니버스는 상상을 초월하게 많다.

<알쓸신잡>의 심화판도 준비되어야 하고 <신서유기>와 <삼시 세 끼>의 변주고 <삼 시 세네 끼>도 론칭 중이다. 그 사이사이 <금요일 금요일 밤에> <마포 멋쟁이>등등 숱한 프로그램들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연출가의 절대적인 세계관이 집단으로 확장되는 순간 변형이 오고 만다.


새로운 확장판 [여름방학]이 표절논란에 싸였다. 롤플레잉 게임의 표절 의혹과 더불에 왜색 논쟁의 도마에 올랐다.


관리의 문제로 보인다.

아마도 나영석 Pd의 세계관으로 오마쥬 하는 설정보다도 나영석 사단에서 새롭게 제안하는 다양한 오마쥬들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그 속에는 오마쥬의 한계를 넘어선 표절의 위태로운 선을 넘은 것들도 있어 보인다.

<여름방학>이 그렇다. 나영석 Pd의 세계관이 확장된 나영석 사단의 작품들에는 다양한 표절과 인용이 섞여 들어올 여지가 충분히 있다.

찬찬히 들여다본 [여름방학] 1회는 충분히 그러한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일본 게임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을 수도 있고 설정을 꾸미는 과정에 본인도 모르게 작용했을 수 도 있다.

오마쥬와 표절의 어디메쯤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영석 Pd가 제일 잘하는 오마쥬와 트렌디의 통합점을 찾아 영상으로 옮기는 일이 위태위태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KBS를 떠났던 때를 기억해야 할 시기가 도래 한 지도 모르겠다. 시청률의 압박과 완성된 포맷의 끝없는 자기 복제의 한계를 느끼고 ' 출연자와 함께 딱 3개월의 휴식'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그 당시를 기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작품이 확장하고 변주되는 그 재미있던 일들이 이제는 멀리서 바라보면 통째로 단순한 자기 복제에 지나지 않는 작업으로 전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나영석 Pd를 생각하면 항상 반대편에 김태호 Pd가 보인다.

<무한도전>의 긴 도전을 끝내고 <놀면 뭐하니>로 돌아온 김태호 Pd는 창의적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다. 실패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역시 공중파의 주말을 책임지는 시청률의 압박을 업보로 지니고 살아내고 있지만, 그는 실험을 중단하지 않는다. <무한도전>은 항상 새로운 시도와 실험적 도전을 해 나온 기록이다. 이제 <놀면 뭐하니>로 돌아온 그는 유재석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 만의 방식으로 확장을 하고 있다.


나영석 Pd에게 김태호의 세계관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영석 Pd의 가볍지만 낯선 감성의 유혹은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충분한 일탈을 제공해 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단지, 나영석 Pd의 관리 한계를 넘어간 확장과 복제는 기성품이 되어 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변명은 과거 그가 KBS 떠나면서 했던 "피로"가 이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YvN으로 이적하면서 꽤 많은 이적료와 작업의 결정권을 가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재미있게 즐기면서 작업하던지. 한계를 넘어선 거대한 시스템을 통해 이익을 바라보면 끝없이 달려가는 예능 Pd로 표절과 오마쥬의 그 어디메쯤에 새로운 스스로 만든 "피곤"과 싸우며 살아갈 것인지 선택은 본인에게 달려있다.


[여름방학]의 표절논란은 그에게 마지막 선물이다.

재빠른 사과문 보다도 진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이다.


아참, 우리는 더 이상 힐링이 그립지 않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19로 길고도 지겨운 여름방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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