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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복 May 11. 2019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그것을 이해하려면 실력이 없어도 된다. 

                                                      그것을 글로 쓰려면 정복해야 한다.   

                                                                                                -안티프래질, p.27


 글쓰기는 좀 더 온전한 앎을 제공한다. 글쓰기는 내가 무언가 모른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알고 있던 것을 다시 한 번 사고하게 해준다. 그것이 내가 글쓰기를 가치 있다고 여기고,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글쓰기 초보에게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글쓰기 작가에게 글쓰기 비법을 엿듣는 일은 귀중하다. 그것은 글쓰기 초보가 앞으로 자신의 글쓰기의 방향성을 잡아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글쓰기에 관해 작가가 첫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글쓰기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재능의 영역인것처럼 여기고 있지만, 작가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적어도' 논리적인 글쓰기에 관해서는 누구든지 노력하면 자신만큼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글쓰기를 재능의 영역이 아닌 노력과 훈련의 영역으로 보라는 것이 작가의 첫 주문이다. 

 


 두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다독과 다작이다. 너무 단순한 주문이라 김이 샐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누구도 이 철칙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모두 이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좋은 글쓰기란 무엇인가? 좋은 글쓰기를 위해 왜 다독과 다작이 필요한가? 에 대해 각각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질문을 통해 좋은 글쓰기를 위한 방향성, 다독과 다작의 이유에 대해서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좋은 글쓰기란 무엇인가? 

작가는 좋은 글을 이렇게 정의한다. 

    -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 

    -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수 있는 글

    - 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

    - 뚜렷한 주제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춘 글


 좋은 글쓰기의 정의는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에서 지향하는 바를 담고 있다. 나도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정도만 추가하자면 '작가만의 독립적인 사고와 주관, 통찰을 담고 있는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사람만이 갖고 있는 고유성, 거기서 드러나는 통찰과 혜안이 글에 담긴다면, 그 글은 독자에게 큰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2) 다독은 왜 좋은 글쓰기에 필수적인가?

다독이 좋은 글쓰기에 필수적인 이유는 다독을 통해 좋은 글쓰기에 필수적인 무언가를 얻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다독을 통해 얻게 되는 가치는 다음과 같다.


- 지식과 정보

- 사고의 깊이

- 논리 구사력

- 자료 독해 능력

- 어휘와 문장의 양과 질

- 좋은 글을 판단하는 안목


독서만이 위의 것들을 얻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특히 1과 2같은 경우는 영상 등의 다른 매체, 토론, 경험, 자기 성찰, 사색, 타인과의 대화 등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다만 독서가 한 가지 좋은 수단임은 사실이다. 

 또한 독서를 한다고 해서 위의 것들을 저절로 얻게 되는 것들이 아님도 유의해야 한다. 독서를 하되, 가치 있는 책을 읽어야 하며, 책을 통해 얻게 된 지식이나 정보를 스스로 사고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다독이 좋은 글쓰기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은 다음과 구체화할 수 있다. 

 '다독을 통해 얻게 되는 지식과 정보, 사고의 깊이, 어휘와 좋은 문장, 논리 구사력, 자료 독해 능력,
  그리고 좋은 글에 대한 안목이 좋은 글을 쓰는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주장이라면, 다독이 왜 좋은 글쓰기의 기반이 되는지 좀 더 이해가 된다. 


3) 다작은 왜 좋은 글쓰기에 필수적인가?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지식의 영역의 활동이 아니라 기능의 영역의 활동이다. 즉, 우리가 축구 책을 읽는다고 축구를 잘하게 되지 않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만으로 글쓰기를 잘하게 되지 않는다. 

 에피스테메(Episteme)와 테크네(Techne)라는 개념이 있다. 두 개념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에피스테메(Episteme)                         테크네(Techne)

                                                 지식                                                         기술

                                              진술 기억                                               비진술 기억

                                 (언어화 할 수 있는 기억)                (그 본질적인 부분은 언어화 할 수 없음)

                                             머리로 습득                                             몸으로 습득       

                              테크네의 개념에피스테메의 개념            글읽기, 글쓰기, 수영하는 법 

   

     출처: https://solllee.tistory.com/entry/테크네Techne에피스테메Episteme [배부르다 배고프다]

 

즉, 글쓰기는 구분하자면 테크네(Techne) 영역의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실천과 훈련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작가는 '글쓰기 근육'이라고 표현한다. 마치 운동을 통해 몸의 근육이 강화되는 것처럼,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 근육이 강화되는 것으로 비유한다. 나도 이 점에 동의한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점차 어떤 문장을 써야 할지, 어떤 개념을 인용할지에 대한 감각이 생기게 되고, 글쓰기 과정 중에 무의식중에 글에 활용가능한 통찰이 형성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피스테메(Episteme)가 무시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다독을 강조한 이유도 좋은 글을 위한 에피스테메(Episteme)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테크네(Techne)다. 따라서 에피스테메(Episteme)와 테크네(Techne)가 균형을 이뤄서 발전해야 좋은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주장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개념을 머릿속에 잘 인지하고 있는 것이 글쓰기를 발전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글쓰기의 테크네(Techne)를 발전시키기 위한 책으로서, 몇 가지 책을 추천한다. 그것들은 대부분 인문학 고전과 스테디셀러들이다. 그 책의 목록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 아널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칼 세이건, 코스모스 등


 작가의 주장에 동의하는 독자라면 다음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의 토대가 된 책들로 추천한 책들이며, 대부분 이미 근대, 현대의 지식인들에 의해서 인정 받고 검증된 좋은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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