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전기 밴 '트래픽 E-Tech 일렉트릭' 공개
르노가 상용차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브랜드 최초로 800V 초고압 충전 시스템을 적용한 전기 밴 '트래픽 E-Tech 일렉트릭'을 공개하며, 상용 EV의 최대 약점이던 충전 시간 문제를 정면 돌파한 것이다.
단 20분 만에 80%까지 충전되는 혁신적 기술과 함께, 소프트웨어 기반 운영 시스템, 다양한 배터리 옵션, 도심 최적화 설계까지 갖추며 르노는 ‘기술 주도 브랜드’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트래픽 E-Tech의 가장 큰 강점은 최대 3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800V 시스템이다. 배터리 잔량 15%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0분이면 충분하며, 이는 기존 400V 기반 상용 전기 밴 대비 충전 시간이 절반 이하로 단축된 수치다.
운행 시간의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이는 수익에 직결되는 대형 상용차 시장에서 결정적 무기가 된다. 포드, 스텔란티스 등이 아직 400V 기반 모델에 머무는 상황에서 르노의 선제적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이번 신모델은 단순한 전기 밴이 아니다. 르노의 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 '암페어(Ampere)'가 개발한 SDV(SW Defined Vehicle) 플랫폼을 적용해, 차량 운영 방식 자체를 디지털화했다.
운행 효율, 에너지 관리, 경로 설계는 물론, OTA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기능이 지속 진화한다.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는 실시간 충전 잔량 및 주행 데이터를 제공하며, 화물 특성을 반영한 내비게이션 경로 안내 기능도 탑재돼 있다.
트래픽 E-Tech는 최대 출력 150kW(204마력), 최대 토크 345Nm의 전기 모터를 탑재하며, 2톤 견인 능력과 약 1.25톤 적재 중량을 확보했다.
배터리는 NMC(450km 주행)와 LFP(350km 주행) 두 가지 타입을 제공해 장거리와 근거리 물류 모두 대응 가능한 이중 전략을 채택했다. 여기에 후륜 조향 시스템까지 적용돼, 5m급 대형 밴임에도 회전 반경은 르노 클리오와 유사해 도심 기동성까지 챙겼다.
트래픽 E-Tech는 패널 밴 모델을 시작으로, 카고 박스, 플랫폼 섀시, 플랫베드 등 다양한 형태의 PBV(목적 기반형 차량)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르노가 물류 산업 전반을 위한 모듈형 상용 EV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특히 유럽에서 강화되고 있는 탄소 규제에 따라, 도심 내 운송 수단의 전동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트래픽 E-Tech는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르노 트래픽 E-Tech 일렉트릭은 단순한 전기차가 아닌, 충전 속도, 디지털 운영, 기동성, 적재 능력까지 전방위로 최적화된 전기 상용차다.
무엇보다 800V 초고압 시스템을 상용 LCV에 최초 적용했다는 점에서, 르노는 상용 EV 기술 전환의 기준점을 다시 쓰고 있다. 2026년 말 시장 투입이 예고된 만큼, 향후 PBV 시장에서 르노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