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7시리즈, S클래스 넘어서나
국내 프리미엄 대형 세단 시장에서 긴 시간 독보적 위상을 유지해온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BMW 7시리즈가 내연기관 중심 전략과 최신 상품성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본격적인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BMW 7시리즈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4,259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약 22% 성장했다. 반면 S클래스는 같은 기간 4,678대로, 전년 판매량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해 들어 흐름은 더 뚜렷하다. 2025년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판매 기준, 7시리즈는 1,735대를 기록해 1,547대를 기록한 S클래스 및 마이바흐를 합친 수치를 넘어섰다.
이는 단기적 역전이라기보다 브랜드 중심의 소비에서 실제 상품성과 실용적 선택 기준으로 소비자 시각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S클래스는 현재 2021년 출시된 7세대 모델이 주력이다. 반면 BMW는 2022년 말, 완전 변경된 신형 7시리즈를 선보이며 시장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디자인 트렌드 변화와 디지털 기반의 첨단 사양 탑재가 소비자 만족도를 자극한 셈이다.
특히 7시리즈는 롱바디 모델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자동문, 2열 극장형 디스플레이 등 고급 옵션을 적극 도입했다.
이에 반해 S클래스는 마이바흐와의 급차이를 의식해 일부 내장 마감이나 사양에서 아쉬움을 남긴다는 평가가 있다.
7시리즈는 최근 40~50대 구매자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젊은 층에서 최신 기술과 감각적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7시리즈는 실내 디지털 경험과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법인차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023년 도입된 연두색 번호판 이후, S클래스의 법인차 등록 비중은 8.2% 줄어든 반면, 7시리즈는 4.3% 감소에 그쳐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다.
법인 수요가 벤츠보다 BMW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S클래스의 실적 부진 속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는 AMG, 마이바흐, CLE 등 고성능 및 고급 라인업 확대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S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의 출시에 기대가 쏠린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단순한 연식 보완이 아닌, 상품성의 실질적 개선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EQE SUV와 같은 전동화 모델과 함께 AMG GT, 마이바흐 SL 등의 고급 라인업 출시는 프리미엄 포지셔닝 유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프리미엄 세단 시장은 더 이상 브랜드의 전통과 명성만으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했다. BMW는 7시리즈를 통해 디자인 혁신과 소비자 친화적 옵션, 젊은 고객층 공략 전략으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벤츠는 여전히 견고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회복의 발판을 모색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통할 차세대 S클래스의 완성도가 주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