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호'와 '비보호 겸용(PPLT)'의 차이
도로 위에서 가장 혼란을 주는 신호 중 하나가 바로 비보호 좌회전이다.
초보 운전자뿐만 아니라 수십 년 운전한 베테랑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이유는 ‘가도 된다’는 허용과 동시에 ‘사고 나면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상 비보호 좌회전은 신호 위반은 아니지만, 맞은편 직진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좌회전 차량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거의 모든 과실을 떠안게 된다.
운전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두 가지 유형의 비보호 좌회전이다. 첫째, 좌회전 전용 신호등이 없는 전통적인 비보호 교차로다.
이 경우 오직 녹색 직진 신호가 켜졌을 때, 맞은편 차량이 없을 경우에만 좌회전할 수 있다. 둘째는 최근 확산 중인 비보호 겸용 좌회전(PPLT, Protected Permissive Left Turn)이다.
여기서는 좌회전 화살표가 켜졌을 때 우선 좌회전이 가능하며, 화살표가 꺼진 뒤에도 녹색 직진 신호가 유지되는 동안 비보호 좌회전이 허용된다. 결국 내 앞 신호등이 어떤 방식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 단계다.
비보호 좌회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시야 확보다. 첫째, 녹색 신호가 켜지면 교차로 중앙까지 진입해 대기하면서 맞은편 차량의 흐름을 관찰한다.
둘째, 맞은편 차량이 모두 지나가거나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을 때만 진입해야 한다. 가장 안전한 순간은 녹색에서 황색으로 바뀌는 신호 전환 직후다.
이때 맞은편 직진 차량은 멈추기 때문에,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은 비교적 안전하게 좌회전을 마칠 수 있다.
차량 흐름에만 집중하다 보면 횡단보도를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보행자 보호 의무는 예외가 없다. 좌회전하려는 도로의 횡단보도에 녹색 보행 신호가 켜져 있다면, 반드시 보행자가 완전히 건넌 후에 출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에 해당해, 형사처벌과 보험 처리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 즉, 조급함보다 여유와 인내심이 안전의 핵심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보호 좌회전은 ‘용기’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다. 직진 차량 우선이라는 대원칙을 기억하고, 신호 체계를 정확히 구분하며, 보행자까지 철저히 보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베테랑 운전자의 품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