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 내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 주차
아파트 주차장 내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 주차가 최근 ‘안전신문고’ 앱을 통한 주민 신고로 무더기 적발되고 있다.
2017년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이후 강화된 법규가 현실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과태료 부과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광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73건의 위반이 적발돼, 입주민들에게 수천만 원 규모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대부분은 “잠깐 세워둬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빚은 결과였다.
현행 소방기본법은 소방차 전용구역에 불법 주차 시 1차 50만 원, 2차 이상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이 규정은 2018년 8월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신축 공동주택에만 적용된다.
전체 아파트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축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소방차 전용구역에 불법 주차를 해도 과태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결국 법의 취지가 ‘골든타임 확보’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효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화재 현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행법상 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차량은 강제로 이동하거나 파손할 수 있다.
그러나 구축 아파트의 경우,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한 차량은 법적 위반이 아니어서 파손 시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은 불이 난 상황에서도 인명 구조보다 차량 파손의 법적 책임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소방차 전용구역은 단순한 주차 공간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차별과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신축 아파트 주민은 불법 주차 시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구축 아파트 주민은 같은 행위에도 처벌을 받지 않는 모순이 존재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방관의 현장 대응력을 위축시키고,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소방차 전용구역 제도를 모든 공동주택에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법 주차로 소방차의 진입이 지연되면, 제2의 제천 참사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웃의 안전을 담보로 한 ‘잠깐의 주차’가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되며, 입법 보완을 통한 실질적 개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