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펑 보야, 프리미엄 세단 '패션 L'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 공세가 이제 플래그십 세단 시장의 중심부까지 도달했다.
중국 국영기업 둥펑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보야(Voyah)가 제네시스 G90급 대형 세단 ‘패션 L(Passion L)’의 사전 판매를 개시하며 고급 세단 시장에 본격 진입을 선언했다.
보야 패션 L은 전장 5,125mm, 전폭 1,985mm, 전고 1,505mm, 휠베이스 3,010mm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이는 제네시스 G80보다 120mm 길고, G90에 근접한 차체 비율로 플래그십 세단의 위상을 완벽히 구현했다.
실내는 5인승 구성에 무중력 파일럿 시트, 6.6리터 미니 냉장고 등 고급 편의사양이 탑재돼 ‘쇼퍼드리븐’ 세단으로도 손색이 없다. 대형 전동식 디스플레이와 고급 자재 마감 역시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했다.
패션 L의 핵심 경쟁력은 ‘상식을 뛰어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1.5리터 터보 엔진은 주로 발전용으로 작동하며, 듀얼 전기 모터와 결합해 총 시스템 출력 600마력 이상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63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순수 전기 주행거리만 410km(CLTC 기준)를 확보했다. 이는 일반 소형 전기차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충전 주행이 가능한 거리다.
엔진과 배터리를 함께 사용할 경우 총주행거리 1,400km에 달해, 실질적인 ‘장거리 플래그십 PHEV’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
보야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패션 L은 차량의 두뇌 역할을 화웨이 첸쿤 ADS 4.0 자율주행 시스템과 하모니 스페이스 5.0 운영체제에 맡겼다.
192채널 LiDAR와 4D 레이더, 16.1인치 3K 디스플레이 등 첨단 장비가 결합되어, 중국 내에서 이미 상용화된 레벨3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한다.
이는 화웨이가 단순한 통신기업을 넘어 자동차 산업의 핵심 기술 공급자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보야 패션 L의 중국 내 사전 판매가는 약 30만 위안(한화 약 5,900만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제네시스 G80보다 저렴한 가격에 G90급 차체, 600마력대 출력, 1,400km 주행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긴장시키는 요소다.
현재 국내 출시 계획은 미정이지만, 중국 프리미엄 세단의 진화 속도는 이미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보야 패션 L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하이엔드 PHEV 세단”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 가능성이 크다.
둥펑 보야 패션 L의 등장은 단순한 신차 발표를 넘어, “중국 기술이 이제 럭셔리 세단의 영역까지 도전할 수 있다”는 선언에 가깝다.
플래그십 세단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제네시스 G90과 G80 전동화 모델은 물론, 렉서스·볼보·BMW 5시리즈 PHEV 등도 그 영향권에 들어올 전망이다.
국산 브랜드가 ‘프리미엄 감성’에만 안주한다면, 보야와 같은 신흥 브랜드가 기술력과 가격으로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