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 중고차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더 K9’이 중고차 시장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한때 9천만~1억 원에 육박했던 최고급 세단이 5년 만에 2천만 원대까지 하락하면서, “아반떼 살 돈으로 K9 산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신차 시장에서는 제네시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K9이, 중고차 시장에서는 ‘역대급 가성비’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2024년 11월 기준, 엔카닷컴에서 확인된 K9 중고차 시세를 보면 놀라움 그 자체다.
2019년식 3.8 플래티넘 트림이 주행거리 10만 km 미만 기준으로 2,160만 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당시 신차 가격은 5,389만 원이었다.
특히, 8기통 5.0리터 V8 엔진을 탑재한 ‘퀀텀’ 트림조차 2,700만 원대에 등장, 신차 기준 9,233만 원짜리 모델을 쏘나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압도적인 감가율은 K9이 단순한 ‘중고차’가 아닌 ‘가성비 상징’으로 떠오르게 만든 배경이다.
K9의 가격 붕괴는 단순한 상품성 문제가 아니다. G90과 G80 사이의 애매한 포지션, 그리고 ‘기아’라는 브랜드 인식의 벽이 겹쳐 신차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이로 인한 중고차 시장의 급격한 감가상각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는 신차보다 본질적인 성능과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실차 평가를 경험한 오너들 사이에선 “이 가격에 이런 차를 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기아가 만든 최고의 세단”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전장 5,120mm, 휠베이스 3,105mm의 압도적인 차체는 K9만의 특권이다. 실내는 최고급 나파 가죽과 리얼 우드 트림, 전동 리클라이닝 시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 체감 품질은 G80을 능가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또한 V6 또는 V8 자연흡기 엔진은 정숙성과 응답성이 뛰어나, 중장년층에게 특히 인기다. 과거엔 ‘법인 임원용’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개인 오너들의 실사용 만족도가 매우 높은 중고차 모델로 자리 잡았다.
단, K9 중고차 구매 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용도 이력’ 여부다. K9은 법인 리스 및 장기 렌터카로 많이 사용된 모델이기 때문에, 일부 매물은 관리 상태가 불량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개인 소유’로 관리된 무사고 매물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K9’은 단순히 값이 싸서 매력적인 차가 아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드물게 ‘차 자체의 가치’로 평가받는 모델이며, 실내 공간, 품질, 성능 모든 면에서 가격을 압도하는 만족도를 제공한다. 이 플래그십 세단은 지금, 중고차 시장에서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