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주차가 불러오는 손상과 점검
차량을 장기간 주차해두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생긴다. 출장이 길어지거나 계절 차량을 따로 보관하는 경우처럼, 단 며칠의 무운행이 쌓이면 자동차는 서서히 퇴화하기 시작한다.
특히 2~3주 이상 운행하지 않으면 배터리 방전부터 연료·오일 변질, 타이어 손상, 고무 부품 경화 등 다양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차량을 멈춰 세워둔 상태에서도 전력은 소모된다. 블랙박스, ECU 등의 상시 전원 장치는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방전시키며, 2~3주면 경고등이 뜨고 수 주가 지나면 완전 방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수십만 원대의 배터리 교체 비용이 발생한다. 동시에 연료는 산화되어 점성이 높아지는 불순물 ‘검(Gum)’을 생성하며, 인젝터 막힘이나 시동 불량의 원인이 된다.
엔진오일, 브레이크 오일, 냉각수 또한 시간이 지나며 점성과 윤활성이 떨어져 부식의 위험을 높인다.
정지된 차량은 타이어 하중이 일정 부위에 집중되면서 ‘플랫 스팟(Flat Spot)’이라 불리는 평탄 마모가 발생한다. 이는 재운행 시 진동과 소음을 유발하고, 심하면 타이어 교체가 불가피하다.
또한 와이퍼, 엔진룸 고무호스, 벨트류는 햇빛과 온도 변화에 노출되면서 쉽게 경화되어 갈라질 수 있다. 밀폐된 실내에는 습기와 먼지가 쌓이며 곰팡이 냄새가 발생하고, 심한 경우 쥐나 해충이 침입해 내장재나 전선을 훼손하는 경우도 보고된다.
차량을 장기 주차해야 한다면 예방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배터리 단자를 분리하거나 블랙박스 상시 전원은 차단하고, 가능하면 트리클 충전기를 연결해 일정 전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타이어는 평소보다 10~15% 정도 공기압을 높이고, 주기적으로 차량 위치를 조금씩 이동시켜 플랫 스팟을 방지해야 한다.
연료는 가득 채우고 연료 안정제를 첨가하면 산화 방지에 도움이 되며, 장기 주차 전 오일류를 교체하는 것도 유익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차량을 움직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방 정비도 중요하지만 주기적인 순환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며 최소 2주에 한 번은 시동을 걸어 5분 이상 공회전하거나, 한 달에 한 번은 짧은 거리라도 주행할 것을 권장한다.
장기 주차 후 운행을 재개할 때는 배터리, 브레이크, 오일류, 연료, 냉각수, 타이어 등 필수 부품을 반드시 점검해야 하며, 작은 이상 징후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는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 ‘순환형 기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