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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pmage Sep 02. 2022

유튜브 했는데 망했습니다.

앞으로 글만 잘 쓰겠습니다.

이번 여름 동안 세상을 혹독하게 내리쳤던 장마와 땅 위에 물기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폭염이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부터 태풍 '힌남노' 소식이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태풍이 몸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스리슬쩍 동해 밖으로 사라지길 바라면서 종일 내리는 비 내리는 주말이 오기 전에 '그'를 동네 작은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작년 여름 이맘때 유튜브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며 당찬 포부에 촐싹거리는 Topmage 님입니다. 그랬던 '그'가 1년 만에 다시 '글쓰기'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어떻게 하다가 쫄딱 망하고 다시 돌아왔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는 한없이 겸손한 마음을 무겁게 담은 두 손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채로 저를 기다기로 있었습니다. 오늘 그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하는 만큼 처음부터 못된 질문부터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유튜브가 망했다고 하셨어요. 왜 망했어요?(웃음)

조회수가 안 나오니까 망했죠. (웃음)


그런데 사실 북리뷰 채널은 성장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왜 북리뷰 채널을 시작하신 건가요?

평소에 책을 좀 읽고 느낀 점이나 비평 같은 걸 메모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니까 그런 것들을 영상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북튜브를 시작했죠. 또 잘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죠. 주변에서 해보라는 말도 있었고.


리뷰 영상 중에 조회수가 가장 많이 나온 영상은 뭐였어요?

영상은 한 7개 정도 제작을 했는데 조회수가 점점 저조했어요. 재미가 많이 없었던가봐요.(웃음) 가장 많이 나온 조회수는 어제 확인해 보니까 '전세사기 콘텐츠'가 241회 정도 되더라고요. 7개월 동안 241개. 매일 마다 1.2명이 1번 봐준 셈이죠. 말하고 나니까 창피한 수준이네요.(웃음)


북니버셜 스튜디오(삭제돼서 없습니다)

그럼 유튜브 시작하고 1년 동안 5개 영상만 업로드하신 건가요?

아. 그게... 유튜브 채널을 실제로 시작한 것은 금년 1월이에요. 작년 이맘때부터 연말까지는 유튜브 채널 운영에 필요한 것들을 배웠어요. 일종의 준비기간? 왜냐면 저는 영상편집조차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프리미어 프로'라는 영상편집 툴도 작년에 처음 알았어요. 뭐, 그 전에는 오피스 프로그램만 알았지 영상편집이란 것을 해본 적이 아예 없었죠. 그리고 유튜브 채널도 저는 일종의 1인 기업 또는 1인 사업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영상만 배우지는 않았어요. 준비할 것들이 많았죠.





사업 로드맵

뭘 준비하셨어요?

1인 사업이니까 사업 기획서부터 시작했죠. 사업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는 일종의 로드맵 같은 것을 세웠죠. 그렇게 해서 채널명과 채널 모토가 만들었고 그러고 나서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획, 디지털 마케팅, 조사, 스크립트, 소스 수집/활용, 촬영 방법, 영상편집, 디자인, 저작권 설정, 업로드 방법 같은 것들을 익혔죠. 처음 시작할 때는 저도 매주 1회 영상 업로드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준비하면서 이게 점점 얼마나 허무맹랑한 목표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기획만 하고 외주를 주지 않는 이상 혼자서 매주 2회 이상 하는 건 정말 뼈를 갈아 넣는 일이에요.

 

혼자 알아서 찾아서 배우셨다는 건가요?

전부 알아서 혼자 배웠다고 하면 말이 안 되고요. 당시에 성공한 1세대 유튜버 몇 분들이 유튜버 성공(유료) 강좌 같은 것들을 만들었거든요. 저도 그 강좌를 일단 들었죠. 한 20만 원 정도 줬던 것 같아요.


20만 원의 값어치를 하던 가요?

처음에는 그래 보였어요. 그러니까 유튜버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당장 필요한 강의처럼 보였죠. 저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저를 말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그때 영상편집을 배우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알고 보니까 영상편집의 내용은 적고 자신들의 성공스토리, 자극적인 제목 설정, 썸내일 제작, 컷 편집, 자막 생성 등의 내용이 많았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도움받은 건 영상이나 사진 소스 수집/활용이나 저작권 회피하는 방법이었죠. 그런데 그런 내용들도 이미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죠.

그럼 영상편집이나 디지털 마케팅은 어디서 배우셨어요?

책과 유튜브로 독학했어요. 영상편집은 '조블리'님의 '금손되는 영상편집'과 '우디'님의 '롤스토리디자인연구소' 무료 강좌를 보면서 배웠어요. 특히 '조블리'님의 강의가 너무 좋아서 조블리님이 출간한 프리미어 영상편집 책을 따로 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케팅은 제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영역이어서 일단 책부터 읽었어요. '스토리의 과학'과 '스토리노믹스'라는 책을 읽었는데 유튜브 영상편집뿐만 아니라 글쓰기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어떤 스토리로 끌고 가야 하는지 많은 도움이 됐죠. 그러니까 목적 없는 글쓰기는 없어야 하고 누군가에 필요로 하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그때 다시 생각했어요. 완독을 하고 나서는 데이터 마케팅의 필요성을 알게 돼서 '데이터 맛집'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전부 다 보고 메모했죠. 그러고 나니까 제 회사의 디지털 마케팅부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좀 이해가 되더라고요. 암튼, 채널의 브랜딩을 수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죠.


유튜브 채널에도 브랜딩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봐요. 왜냐면 유튜브는 이제 공중파 정도는 아니지만 엄연한 매체로 성장을 했거든요. 누구나 1인 기업으로 사업할 수 있는 플랫폼이잖아요? 이런 플랫폼을 이용해서 사업을 하려면 당연히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제 유튜브 브랜딩은 최근 트렌드 또는 이슈 등을 재빠르게 캐치하고 그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책을 먼저 읽고 소개하는 것이 바로 제 채널의 브랜딩이었죠. 그렇게 하려면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기법 등을 알아야 했고 많은 책을 읽어야 했어요. 검색어, 연관어, 자연어, 버즈 데이터, 크롤링 등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프로세스의 개념과 최소한 활용 방법도 말아야 했고요. 그래서 이런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했죠. 제가 전문가는 아니니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준비를 철저히 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채널이 성공하지 못했어요.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나중에 혹시라도 유튜브를 다시 하실 건가요?

(손사래를 치며) 앞으로 유튜브를 다시 할 생각은 아직까지는 없어요. 하지만 성공은 못했지만 제게 과정은 유익했어요. 유튜브를 하지 않았더라면 제가 해보지 않을 영역을 경험하고 필요한 스킬을 배웠거든요. 이제 영상 편집하는 건 시간만 있다면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글쓰기의 힘과 방향도 재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요. 예를 들면 최근에 제 글 중에 "인사팀입니다. 회사 출근하세요"와 "인사팀이죠? 저 퇴사하려고요."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서 조회수가 엄청난 적이 있었거든요. 유튜브를 준비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글쓰기에 적용해봤는데 성공한 거죠. 그런 면에서 유익한 실패인 것 같아요.


 그리고 채널이 성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첫째가 영상이 자주 업로드가 되지 않아서죠. 전업도 아니지,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지. 그런데 혼자서 기획, 수집, 조사, 필터링, 촬영, 편집을 다 해야 하니까 한 달에 한 편 업로드하는 것도 벅찼어요. 성공한 1인 채널처럼 전업으로 하려면 3분~5분 미만의 영상을 최소 2회 이상 업로드해야 하는데 저는 10분 정도의 영상이었거든요. 그러니 할 수가 없었죠. 게다가 회사 일도 해야 하고 보육도 해야 하니까.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었던 거예요. 둘째는, 처음에 저는 제가 이걸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확신했죠. 이렇게 까지 준비했으니까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할 수는 있는데 잘하는 건 아니었던’ 거죠. 결국 ‘하고 싶은 것을 한 거지 잘하는 것을 한 건 아니’에요. 능력이 부족한 거였죠.


그래서 다시 글쓰기로 돌아오신 건가요?

그렇죠. 제가 가장 잘하는 게 '글쓰기'니까요. 사실 저는 말을 잘 못해요. 집에서 간혹 아내랑 말다툼하면 바로 흥분해져서 얼굴이 벌게지고 목소리가 커져요. 그런데 문자로 이야기하면 감정이 누그러지면서 대화가 서로 잘 되는 편이에요. 생각을 정리한 글로 대화를 하니까. 저한테 글쓰기도 그렇거든요.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것에 있어 영상보다 글쓰기가 편한 거죠. 가장 잘하는 거니까. 게다가 영상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보다 글쓰기 콘텐츠가 더 효율적이에요.


그렇다면 앞으로 브런치에 더 많은 글을 쓰실 것으로 보이는데요?

네, 그럴 생각이에요. 요즘 트렌드나 최근 이슈를 빨리 파악해서 '에세이'나 '칼럼' 형태로 글을 쓰려고 해요. 사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고요. 또 북튜브는 실패했지만 계속 책을 소개하는 글도 쓰려고 해요. 그리고 사실 브런치에만 글을 쓰고 있지는 않고요. 네이버 블로그에서 경제 이야기도 하고 있어요. 직업적인 이유 때문에 아무래도 경제와 투자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저 혼자 알고 있기에는 조금 아깝기도 하고 많이 배운 것을 공유하고 싶어서 경제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경제 블로그 이름이 궁금한데요.

'대마법사의 경제 이야기'에요. 좀 유치하죠.(웃음). 제 필명이 Topmage잖아요. 그래서 거기서 그냥 연관해서 따온 거죠.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필명이 왜 'Topmage'라고 지으셨어요?

제가 중고등학생 때 '드래곤 라자'라는 판타지 소설을 매우 좋아했었어요. 거기서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 '아프나이델'이라는 마법사가 있는데 스스로를 'Topmage'라고 칭했어요. 근데 사실 그 정도는 처음부터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양초쟁이 검사 '후치' 일행과 합류하고 모험과 역경을 극복하면서 점점 대마법사로 성장해요. 그 모습이 저와 조금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예전부터 이 필명을 사용했었어요.


그럼 글을 언제부터 쓰신 거예요?

고등학생 때부터 썼어요. 처음에는 시를 썼는데 학교 소식지에 실리곤 했어요. 그래서 대학 입시 준비할 대는 작가가 꿈이었는데 문창과를 갈 실력이 안되었어요. 게다가 부모님은 착실히 공부해서 공무원 되기를 바라셨으니까 어쩔 수 없었죠. 등록금 주는 분들이니까.


그럼 지금은 어떠세요? 지금은 작가가 꿈이세요? 브런치 프로젝트 도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데 저는 프로 작가가 될 그릇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마추어 작가라면 모를까. 장편 쓰시는 분들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출간 작가들 보면 존경합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잘하는 취미 또는 아마추어 작가 정도로 남고 싶어요. 글을 쓰면 쓸수록 그런 생각은 점점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브런치 작가 프로젝트도 처음 몇 번 해봤는데 안되고 나서 그 이후에 신청한 적은 없어요. 작품으로 수상한 작가님들을 보면 글들이 다들 좋잖아요. 저는 그 정도는 못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준이에요. 지금까지는 적어도 그래요.


그럼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를 오가면서 계속 글을 쓸 거고요. 나중에 퇴직을 하고 자유로워지면 아마 더 많은 글을 쓰겠죠. 정년퇴직 전에 파이어 하고 싶습니다. 어제 로또 샀어요.(웃음)


@정리: 매화

@사진: Top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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