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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Summer Dec 11. 2023

날이 좋으면 신성동에 가야 한다

“디카페인은 콜드브루만 가능합니다. “



‘따듯한 거 마시고 싶은데...... 디카페인도 없고 오트밀크도 없네.’

연구소 앞 흑임자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기에 찾아간 카페는 문 앞까지 갔다가 발길을 돌렸다. 

알 수 없지 뭐. 왜 안 들어갔는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가 아까 힐끗 봤던 곳으로 들어갔다. 

대나무가 보이는 창가자리에 코트를 내려놨다. 

고민하는 찰나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어 지금 밖에 나왔어. 어 그냥 공부할 것도 있고, 책도 보려고.

어 아버님은 외출했다가 들어오셨고...... “     

키오스크 버튼을 누른다. 

디카페인 콜드브루: 수량 1

스탬프 적립하시겠습니까?: 아니오

메시지 받을 전화번호 010-****-**** 맞으십니까?: 예

카드를 넣어주십시오.

치이잉. 번호 6번 영수증이 손에 쥐어진다.      



분명히 텀블러와 읽을 책을 든 가방은 메고 한 손에는 한 살림에 적립할 멸균팩 열 장이 들어간 샛오렌지색 장바구니를 들고 나왔지. 

“아버님 한 바퀴 돌고 올게요.”

동네 스타벅스를 갈 거였는데 말이지.     

초록색 버스를 타면 갑자기 들뜬다. 노란 버스를 탈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초록색버스는 탈 수 있어. 기사님 뒤 두 번째 자리에 앉는다. 그러면 버스 안에 설치된 거울에 얼굴이 비친다. 오늘 눈썹은 쌍둥이다. 


     


날이 좋으면 신성동에 가야한다. 

거기에는 추천받고 갔던 카페, 우연하게 발견한 카페, 작정하고 갔는데 못 간 카페, 검색해서 갔는 데 성공한 카페가 있다.      

예전처럼 투샷의 진한 라떼를 마실 수는 없지만 나름 컨디션이 좋을 때는 디카페인을 마신다. 오늘은 장 컨디션을 고려해서 우유를 피한다. 콜드브루를 한 모금 마셨는데 괜.찮.다. 벌떡 일어나서 키오스크를 두드린다. 

케이크 탭으로 빠르게 손가락이 움직인다. 

유자케이크 vs 쑥팥 생크림케이크 

원지였다면 두 개 다 시켰겠지. 그래 먹어보고 또 시키자. 오늘 두 개 먹을 수 있겠어.      

“냉장고에서 나온 거라 5분 있다가 드세요.”     

분명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산더미 같은 서류가 머릿속에서 엉켜있었는데, 평소에 마시지 않던 콜드브루와 쑥케이크는 혈액 속에 부드럽게 침투해서 일주일의 긴장을 untangle 한다.      

준비해야 할 서류리스트를 노트에 정리하고 나니 빼꼼히 가방 속에서 손길을 기다리는 ‘초초한마음’이 보인다, 독서 당분까지 충분히 채웠으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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