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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Dec 26. 2022

일상일기(25)영혼 재활 치료


딸이 예전에 여행가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며 말했다


“이때 엄마도 같이 갔었구나. 


 사진에 엄마는 있지만 엄마랑 함께한 기억은 없네”


“진짜? 나 강원도도 같이 가고 제주도도 같이 가고 ..


 여기 사진에 다 나도 있잖아? “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데 내 유년시절을 기억하면..  


 엄마는 없어.. 


 아빠랑 옥상 올라가서 여의도 불꽃놀이 본거,


 아빠랑 용산 전자상가 걸어가서 라이온킹 DVD 산거, 


 아빠랑 신촌가서 미니어처 만든거,


 다 기억나는데  엄마를 떠올리면,  


 엄마가 노트북 앞에 앉아있었던 거밖에 기억 안나.”


허걱.. 날카롭네..


나조차 몰랐던 나의 영혼 상실 시기..


그걸 딸은 눈치 채고 있었다


나는 그때 사업과 강의와 칼럼기고로 


전쟁같은 시기를 보냈었다


이것만 끝나면 해야지, 이것만 자리 잡으면 해야지,


하며 모든 것을 뒤로 던져두었다


입은 아이들에게 말하고 있었고 


손은 아이들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몸은 분명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렇게 가족들과 있었지만 


거기에 영혼은 없었다 


내 영혼은 아직 사무실에 두고왔거나 


다음주에 갈 강의장에 미리 가 있었다 


영혼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것이고


없다는 것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내 영혼이 어디에 있었는지 나 조차 몰랐으니 


남들이야 당연히 모르겠지 했었다..


그런데 아니구나..


강아지와  화분과 아이들은 다르구나


그들은 영혼의 부재를 알아차린다. 


영혼의 눈으로 영혼을 알아본다. 


있고자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제 혼자 떠돌던 영혼, 쫓기던 영혼, 분주한 영혼


그래서 자신의 존재를 상실한 영혼,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무릎 재활보다 척추재활보다 


영혼 재활치료가 시급하다


시를 읽든, 영화를 보든, 책을 읽든, 글을 쓰든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


나의 의지와 주위의 지지로 


영혼재활치료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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