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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Dec 26. 2022

일상일기(26)멈춰야 할 이유를 멈춤


홈트로 혼자 요가를 하다가 


제일 어려운 동작이 시작되는 순간 


영상이 멈추며 로딩 표시가 뱅글뱅글 돈다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라는 신의 계시인가…


노트북 대신 책을 보려고  


독서하며 들으면 좋은 음악을 골라 틀고 


인센스 스틱에 불을 붙였다 


머그컵에 차를 가득 타서 심호흡하며 앉는데 


스마트폰이 울리며  후배 번호가 뜬다.


아.. 오늘은 독서 대신 후배인가..


저녁 6시 이후엔 식사를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건만 남편의 막걸리잔 옆에 있는 땅콩이 


‘나 하나쯤이야 뭐 어떻겠니?’ 라고 유혹한다


한알씩 한알씩 천천히 먹다가 


언제부턴지 모르게 한주먹씩 입에 털어넣고 있다 


이왕 시작한거  양치질도 다시 해야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내일부터 다시.. 


페이스북에 매일 피드를 올리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저녁 모임이 있는 날, 


줌 미팅이 늦게 끝난 날


심지어 낮에 스마트폰 메모장에 메모해둔 


글감이 사라진 날 


'오늘은 패쓰할까.. 억지로 하는 것도 부자연스러워'


즉각 속삭임이 들려온다 


계속해야 할 이유는 흐지부지 흐려지는데 


멈춰야 할 이유는 어쩜 이렇게 


순식간에 밀려드는지..


내일부터 하지 뭐..


이거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다른 방법이 더 나을지 몰라


내 주위가 나를 도와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어 


해도 안될 수 있어


여지껏 했지만 소용없었잖아


이게 꼭 다는 아니야


억지로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하자..


멈춰야 할 이유는 


참 유창하고 거침없다 


쉴새없이 종알거리고 속닥거린다


그에 반해 계속 해야 할 이유는 


더듬더듬 우물쭈물 웅얼웅얼 


무기력하다.


그간 멈춰야 할 이유에게 


영양분을 너무 많이 줬나보다 


드세지고 거세졌다


그에 반해 계속 해야 할 이유에겐


영양실조가 걸리도록 방치했나 보다. 


부실하고 비실비실하다


이제 멈춰야 할 이유를 멈추겠다 


이제 계속 해야 할 이유에게 활력을 주겠다  


자양강장제건 에너지 드링크건, 


홍삼진액이라도 먹여서


잘 돌보고 강하게 해야겠다 


안 싸우고 이기면 제일 좋겠지만


싸워야 한다면 


멈춰야 할 이유를 너끈히 이길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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