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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Dec 26. 2022

말금(10)조언의 재구성


차없이 기차 타고 서울 왔는데 


디퓨져를 선물 받았다


택시탔다가 놓고 내리면 어쩌지


송년회 가서 놓고 나오면 어쩌지


신주단지 모시듯 종일 애물단지였다


선물 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해서


잘 챙겨가긴 해야겠는데


선물이 짐이었다


문득 생각을 확장하여


누군가에게 나도  이처럼 


선물인데 짐 같았던 적은 없었을까 


되돌아봤다


상대를 위해 준다지만


상대에게 어울리지 않는 해법을 


무턱대고 안겨준 적,


상대가 요청하지 않았는데 덥썩 조언해서 


부담스럽게 간섭하거나 참견한 적,


없었을까


선물도 상대와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하는 것처럼 


조언도 그렇다, 충고도 그렇다


스스로 뭔가 한거 같다는 자위로서가 아니라


진정 상대를 위해 조언하려면


체크해야 할게 있다 


상대가 조언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


이미 다 실행해본 걸 뒷북 치는건 아닌지


당사자의 고민과 인식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본인의 해법은 무엇이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추가로 내가 하는 조언을 따를 의지는 있는지


이런 것들을 체크하고 재구성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1)정말 내 조언이 필요해?


   내가 조언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2)지금까지 시도해본 거는 뭐야?


3)그 방법도 좋은 거 같은데 왜 안되었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4)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어?


   무얼 하고자 해?


5)내가 조언하면 해볼 의향은 있어? 


   새로운 것을 실행할 의지가 있을까?


섣부른 해답보다


현명한 질문이 필요하다


뭉툭한 해법보다


뾰족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다 재구성하고 났는데도


조언이 가치있겠다 싶으면


간단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제안하면 좋겠다


"삶의 태도를 바꿔라"보다


"나는 매일 아침  3명의 지인에게 


 안부를 묻는 루틴이 있어.


 이런 루틴을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


 와 같은 조언을 받을 때 


 실행할 엄두가 나고 의지가 생긴다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 선물은


선물의 과정이 생략된 거다


상대가 받고 싶은 가벼운 그것이 무엇일지를


탐구하는 과정까지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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