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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Dec 26. 2022

성찰일지(22)두려움을 위한 발라드


눈길에 미끄러질까 두렵고


엄마가 더 편찮으실까 두렵고


내년 경기가 얼마나 더 나빠질까 두렵고


직원의 "드릴 말씀이 있어요"라는 말이 두려워.


"두려워하지마,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


라는 말은 삶을 모르고 하는 말이야.


삶에는 늘 두려움이 서려있어.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삶 곳곳에


대상에 대한 두려움부터


대상 없는 불안까지


각양각색의 두려움 조각들이 속속 스며있어.


사실 두려움이 나를 만들었어


내가 제일 두려운 것으로부터 


내 정체성은 생겨났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구축해온 것들이 


나의 각별한 실력이 되었지.


가치 없는거, 성장 없는거, 잊혀지는 거,


이거 두려워서 여지껏 여기까지 해왔잖아


두려움은 내 삶의 원천이야.


괄시하고 구박하고 은폐하면 안되..


쇠에게 녹이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듯이 


삶에게 두려움은 불가피한거야.


쇠에게서 생겼으나 


쇠를 먹어치울 수도 있는 녹처럼


삶에게서 생겼으나 


삶을 집어삼킬 수도 있는 두려움…


잘 달래고 잘 보살필께


가난을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


가난을 겨우 극복하고 다시는 


가난하지 않기 위해  외면하는 사람보다,


가난을 극복했지만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타인의 가난을 공감하고 보살피는 사람이고 싶어


실연을 아예 당해본 적 없는 사람보다,


실연 당해봐서 다시는 안 당하려고 


사랑 안하는 사람보다,


실연 당했지만 딛고 서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이고 싶어


두려움을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


두려움을 겪어봐서 두려울 일을 


안 만드는 사람보다,


두렵지만 두려움과 사이좋게 동행하며


그 다음을 나아가는 사람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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