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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Aug 20. 2024

뉴노멀CS 넥스트CX(17) 음성보다 인간성


컨택센터 분야에서 20여년간 교육사업을 해온 필자는 컨택센터 변천사를 쭉 봐왔다. 예전에는 상담사에게 예쁜 목소리로 명확하게 말하기를 훈련했었다. 고객의 말을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듣고 난 후에 친절하게 처리하도록 훈련했었다. 요즘은 전산에 나와있는 과거 상담 데이터를 근간으로 고객맞춤 해결방안을 찾는데 주안점을 둔다. 고객의 맥락을 파악하여 최적의 해결책을 전문가 입장에서 신뢰롭게 제안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그런데 이조차 생성형 인공지능이 알아서 답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왔다. 프롬프트만 잘 작성하면 고객질문에 가장 적확한 맞춤 해결안을 인공지능이 찾아준다. 상담사는 미처 기억하지 못했거나 눈여겨 보지 못한 정보까지도 인공지능은 활용하여 ‘초’인간적 답변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제 휴먼상담의 역할은 무엇으로 탈바꿈해야 할까? 챗GPT시대 고객이 상담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답을 ‘인간성’에서 찾고자 한다. 인간성이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으로 인공지능이나 비인간적인 존재와는 대립되는 개념이다. 인간성은 말하지 않는 영역까지 상상해내고 자신을 성찰하며 도덕적 선택을 하는 인간만이 보유한 특징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기쁨, 슬픔, 분노,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스스로 경험하고 상대에게 공감하는 것이 바로 인간성이다. 

한때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첫인사 캠페인을 조롱하듯 “사람입니다. 고객님”이라는 책도 출간되었다. 필자는 이 두가지가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입니다. 고객님”은 “사랑합니다, 고객님”의 필요 불가결한 조건이다. ‘사람’ 만이 ‘사랑’을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휴먼상담의 진가는 인간이기에 가능한 연민, 사랑, 공감에서 드러난다. 고객이 ‘초’인간적인 인공지능을 마다하고 인간적인 휴먼상담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초’인간적이진 않아도 ‘비’인간적이지 않게 인간미를 보이는 상담에서 비로소 고객은 불만이 수그러들고 충성도가 끈끈해진다.  

하지만 사랑은 잠깐만 삐끗하면 두려움으로 바뀔 수 있다. 두려움이 있을 때는 사랑이 없다. 인간이 인간이어서 발휘할 수 있는 사랑을 인간이 인간이어서 가질 수밖에 없는 두려움 때문에 놓치는 경우가 있다. 상담사 마음안에 두려움의 파생 감정인 근심 걱정 불안 억울함 초조함이 가득하면 사랑을 발휘할 여유가 없다. 상담사 마음안에 옳고 그름, 열등감과 우월감, 저항과 체념이 있으면 고객에 대한 사랑이 들어설 여지를 잃는다. 그래서 고객은 하소연하는데 상담사는 “공격”이라 여기며 주눅들고, 고객은 건의하는데 상담사는 “어차피 안된다”라고 여기며 건성으로 사과한다. 고객의 말을 사랑으로 재창조해야 하는데 두려움으로 재해석해서 더 심하게 스트레스 받고 더 아프게 상처받는다. 사랑없이 두려움으로 고객말을 들으면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오목렌즈나 볼록렌즈가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비추지 못하듯 상담사의 마음이 고객말을 필터링하고 왜곡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환각’(하루시네이션)만큼이나 인간의 ‘착각’은 치명적이다. 실제로는 없거나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이 사실인 것처럼 대답하는 현상을 “환각현상’이라고 한다.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그럴듯한 답변을 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의 치명적 오류이다. 정확성보다는 사람이 작성한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은 말이 되는 거짓말이나 과대 포장하는 허언증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이를 잡아내기 위해 개발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챗봇의 ‘환각’만큼이나 천연지능 인간도 ‘착각’을 유념해야 한다. 이 착각을 바로잡으려면 내면을 회복해야 한다. 사랑을 품은 사람만이 인간성을 발휘하여 인간미있는 상담을 할 수 있다. 

요즘 이상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고객 스스로 검색해보고 챗봇에게 질문하다 찾다 찾다 해결 안된 듣도 보도 못한 문의가 컨택센터로 최종 결집한다. 이제 틀에 박힌 질문과 대답을 뛰어넘어 틀을 벗어난 질문과 대답을 해야 한다. 사랑을 품은 고도의 인간성으로 극도의 불확실성을 대처해야 한다. 이제 어떻게 응대하느냐의 시대를 떠나 무엇을 제공하느냐의 시대도 저물고 있다. 휴먼상담의 진가는 머리를 써서 음성으로 하는게 아니라 마음을 써서 인간성으로 하는 것이다. 이제 음성 훈련 대신 인간성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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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토피아 지윤정 대표( topt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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