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는 정했으나 주문할 업소는 미처 정하지 못한 고객에게 배달 앱이 식당을 골라준다. 5살 아이를 키우는 부부의 생활 맥락을 기억하고 어린 아이도 먹을 수 있는 맵지 않은 치킨집을 추천해준다. 예산과 장소는 정했으나 숙소는 못 정한 고객에게 과거 예약 데이터와 다른 고객들의 사용후기를 분석하여 취향에 맞는 숙소를 골라주는 숙박 앱도 있다, 심지어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기업이 요구한 분량만큼 리뷰를 길게 써야 하는 고객의 불편을 덜어주고자 소감 키워드만 입력하면 생성형 AI가 분량만큼 알아서 문장을 완성해준다. 참 기술이 똑똑해졌다.
하지만 이런 기술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고객 문제들이 있다. 혼자 해보기도 하고 AI의 도움을 받아도 보았지만 끝끝내 해결이 안되 콜센터 번호를 검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경우 고객은 이미 지쳤고 문제는 매우 복잡해져 있다. 이때 고객이 컨택센터에 전화해서 길고도 지루한 ARS 안내를 듣고 겨우겨우 사람과 연결되었건만 ‘기계와 다를 바 없구만, 기계만도 못하네’ 라는 마음이 든다면 큰 일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고객은 휴먼상담사에게 요구사항이 매우 예민하다. 연중무휴로 맥락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기대하고 말하지 않은 욕구까지 헤아리기를 원한다.
이에 발맞춰 컨택센터 휴먼상담사는 더 현명하고 더 지혜로워져야 한다. 이제 컨택센터는 고객요구를 빠르게 많이 쳐내는 처리센터가 아니라 고객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연구개발센터다. 고객의 반응을 읽어내며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를 찾아내는 테스트 베드이자 실험실이다. 컨택센터 역할이 달라진 만큼 상담품질 관리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필수 안내사항을 놓치지 않고 친절하게 응대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은 이제 필요없다. 요즘은 상담품질 분석(QA: Quality Assurance)업무를 아예 없애고 통화가 끝난 직후 고객에게 링크를 보내 고객만족도 조사로 대체하는 기업도 있다. 상담사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이며 성과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로 사용하기에도 객관성이 없다며 폐지를 검토하는 기업도 있다. 필자도 동의한다. 표준대로 했는지 안했는지를 감시하는 평가를 위한 평가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컨택센터의 새로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측정할 필요는 있다. 측정하지 않으면 향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작정 고객만족도 조사로 고객의견만 받아서는 결과만 나올 뿐 과정상의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 원인을 모르는 성공보다 원인을 아는 실패가 낫다. 고객이 다양한 가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는지 파고들어야 하고, 휴먼상담사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원스탑으로 해결되지 않았는지 밝혀내야 한다. 표면적 문제 이면에 있는 잠재적 문제를 찾아내야 하고 앞으로의 고객불편을 미연에 예방해야 한다. 유독 문의량이 늘고 있는 상담 유형을 알아차려야 하고 7일이내에 동일 고객에게 재콜이 유입되는 이유를 파헤쳐야 한다. 컨택센터 상담후 바로 보내는 고객만족도 조사 못지 않게 문의한지 7일 후에 고객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는지 완결도를 조사해야 한다. 고객만족도와 상담사의 완결성 인식에 대한 차이도 분석해야 한다. 고객은 아직 불만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상담사는 잘 해결했다고 착각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계속 고객과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다.
고객문제가 복잡하면 평균 작업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더 시간을 할애해서라도 고객을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 평균 작업시간이 아니라 고객에게 제공되는 결과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듣도 보도 못한 독특한 고객문의에 대해 정답은 없지만 묘안을 짜내는 일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담사의 집단지성을 부추겨야 하고 잠자고 있던 자기효능감에 불을 붙여야 한다. 미처 기업이 몰랐던 고객욕구 데이터를 모으는 일, 고객의 숨겨진 불편을 끄집어내어 서비스 업데이트 방안을 찾는 일, 고객이 준 단서로 새로운 기회를 알아차리는 일, 이런 일을 하려면 휴먼 상담사는 보다 고도화되어야 한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안된다. 휴먼상담사에게 새롭게 바뀐 성과기준을 이해시키고 자기해결율을 높이도록 요청해야 한다. 물론 그에 맞는 적절한 업무량을 부여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상담품질관리자가 발견하고 소통하고 조치해야 한다.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하고 나무는 숲을 보지 못한다. 상담 밖에 서서 고객과 상담사, 회사와 시스템의 경계에서 큰 그림을 보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컨택센터에 매일 쌓이는 정성적 정량적 고객데이터에서 황금을 캐듯 통찰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바로 상담품질관리자다. 고객욕구에 맞춰 즉흥적으로 변주하고 학습하는 컨택센터를 만들기 위해 상담품질 관리자, 바로 QA가 필요하다. 가는 곳이 어딘지를 분명히 아는 이의 걸음은 힘이 있다. 별로 가고 싶지 않지만 달리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걷는 걸음은 정처 없다. 정처 없이 걷지 말고 힘있게 걸으려면 새로운 역할의 상담품질관리자가 필요하다.
CS교육부터 세일즈 교육까지!! 역량진단부터 온라인 구독형 콘텐츠까지 !!!
www.willtopia.co.kr / www.cxon.co.kr
㈜윌토피아 지윤정 대표( topt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