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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Aug 30. 2024

뉴노멀CS 넥스트CX(20) 고객수고를 줄이는 상담


심리학에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익과 손실이 같을 경우 이익으로 얻는 기쁨보다 손실이 주는 괴로움을 더 크게 느끼는 인간의 심리를 말한다.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전 게임 실험이 있다. 첫번째 그룹에게는 각 개인별로 만원을 준다. 그리고 50% 확률의 동전게임을 제안한다. 만약 이기면 만원을 더 얹어줄 것이고, 지면 주었던 만원을 다시 뺐겠다고 한다.  반면 두번째 그룹은 2만원을 준다. 다만 2만원으로 동전게임을 해서 이기면 다 갖지만 지면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제안한다. 사실 말만 살짝 바꾸었을 뿐 조건은 같다. 하지만 두 그룹이 동전게임에 응하는 비율은 사뭇 다르다. 동전게임에서 지면 주었던 만원을 뺐겠다고 한 그룹이 2만원을 걸고 동전게임을 제안한 그룹보다 게임에 응하지 않는 비율이 훨씬 높다. 왜냐하면 2만원을 얻을 기회보다 이미 얻은 만원을 잃을 것이 더 두렵기 때문이다. 


고객도 그렇다. 이득보다 손실에 더 예민하다. 기대 이상의 서비스보다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는 불편에 더 민감하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보다. 고객 수고로움을 경감시키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고객은 기대 수준을 뛰어넘는 서비스 때문에 충성도가 높아지는 경우보다 기대 수준에 못 미쳐서 이용을 중지하는 경우가 두배 이상 많다. 글로벌리서치회사 CEB(Corporate Executive Board) 조사에 의하면 긍정적 서비스 경험보다 부정적 서비스 경험을 주위에 전하는 비율도 2배 이상 높다는 결과가 있다. 고객은 친절한 것보다 불편하지 않은 게 더 중요하다. 고객을 기쁘게 하는 쪽보다 고객이 수고롭지 않게 하는게 더 관건이다. 


요즘은 다양한 채널과 인공지능 기술로 고객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다 혼자 해결하지 못하고 컨택센터에 전화를 한다. 이미 컨택센터를 찾는다는 것은 이미 불편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검색하고 이거저거 눌러보다 아무래도 모르겠어서 전화를 한 것이다. 이미 충성도에는 빨간 불이 들어왔다. 컨택센터는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불편감을 느껴 떨어진 충성도를 더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컨택센터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곳이 아니라 불편을 해소하고 고객 수고로움을 낮추도록 돕는 곳이다. 그간의 불편감을 만회하고 앞으로 더 불편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곳이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의 경험담이다. 키오스크 작동을 못하시는 어르신 손님이 오면 다른 동료들은 그냥 주문을 받는단다. 하지만 아들은 키오스크 옆에 가서 어르신께 키오스크 작동법을 알려드린단다. 어떤 어르신은 “나 이런거 못하는데 그냥 주문 받아주면 안되요?”라고 불편해하신단다. 그러면 아들은 “어르신도 하실 수 있어요. 다음에 또 오실건데 매번 부탁하시기 번거로우시잖아요? 금방 배우실 수 있어요. 여기 이 버튼 보이시죠? 맞아요. 아주 잘 하시네요. “라며 차근차근 가르쳐 드린단다. 고객의 단편적 요구에만 부응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수고로움을 입체적으로 알아차려 대비하도록 도와야 한다.  


고객은 언제 불편한가? 크게 세가지 불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시간적 불편감이다. 고객의 상황을 다 설명해야 하는 것, 기다려야 하는 것, 떠넘겨져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 

둘째, 인지적 불편감이다. 모른다는 것을 말해야 하는 것,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것, 이해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 

셋째, 정서적 불편감이다. 이해 안된다고 말 해야 하는 것, 또 안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견뎌야 하는 것, 통화 중에 미처 자신이 모른다는 것조차 몰랐는데 그걸 몰라서 놓쳤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불편하고 불쾌하다. 


이런 고객의 불편을 헤아리고 줄여줘야 한다. 고객의 시간을 나의 시간처럼 대해야 하고 고객의 인지력에 맞게 고객의 다음 스텝을 가이드 해야 한다. 전화를 끊기 위해 말미에 상투적으로 하는 “다른 궁금하신 사항 있으십니까?”는 진정 고객을 돕고자 하는 멘트가 아니다. 이 멘트는 궁금한 게 있으면 처리해주겠다는 공급자 중심의 표현이다. 뭐가 더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모르겠는 고객은 초조하고 긴장된다. 어렵게 연결된 길에 다 물어봐야 하는데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른다는 것이 막막하고 불안하다. 이제 휴먼상담사는 고객의 상황에 맞춰 “이 점은 혹시 체크하셨을까요? 미루어 보다 다음에 이 내용을 확인하실 필요가 있는데 혹시 알고 계실까요?”와 같이 먼저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간 상담사에게 “고객을 감동시켜라,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하라”고 요구했던 지침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고객을 기쁘게 하려다 정작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놓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이제 고객상담은 친절 신속 정확했는가로 분석하고 평가받아서는 안된다. 얼마나 고객 수고로움이 없도록 처리했는지, 앞으로 일어날 고객 수고로움을 얼마나 줄여줬는지로 분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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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토피아 지윤정 대표( topt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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