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다툴 때는 한 가지 이유다.

귀 얇은 엄마와 잔소리꾼 딸

by 정새봄

엄마와 유일하게 언성높이며 싸우는 일은 오로지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엄마가 슬쩍 몸에 좋다고 좋은 약이라며 찔러주실 때이다. 쏴한 느낌을 받으면 어김없이 다단계에서 판매하는 약품이다. 물론 엄마 딴에는 딸의 건강을 생각해서 열심히 교육 듣고 비장한 마음으로 나에게 전달을 해주셨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이미 먹고 있는 약은 많아서 오히려 가짓수를 줄여야 하는 때에 계속 늘리려고만 하시니 그것부터 짜증이 났고, 또 얼마나 과대광고에 휩쓸려서 비싼 가격에 저 약을 사 왔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이번에는 복합인지질이라는 제품으로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제품이었다. 죽은 세포도 살려낸다는 사기꾼들의 단골 레퍼토리에 또 우리 엄마는 넘어가셨다.


이번이 세 번째이다. 20년 전에는 홍보관 다니신다고 좋은 제품들을 쌓아놓고 있다며 매일 출근도장 찍고 다녔다. 정말 많은 사람들 소개해주고 엄마도 제품을 많이 샀다는 이유로 김치냉장고에 대형 tv까지 받았다. 그렇게 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이 나갔겠는가? 아마도 엄마가 우리에게 말한 금액은 1/10도 되지 않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리고 작년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거의 몇 개월동안 연락도 안 하고 지냈다. 그때 엄마는 다시는 다단계 근처에 가지 않는다고 다짐을 하셨다. 그러고 1년이 지났다. 기분 좋게 한 달에 한번 만나서 운동하고 점심도 먹고 헤어지는데, 그날 바리바리 싸 들고 오신 물건 중에 이상한 약들이 보였다. 저것들이 뭐냐고 계속 물어보는데 엄마는 대답을 피한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나는 대번에 알아버린다. 또 다단계로구나!!


그래서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폐가 아파서 숨쉬기 불편해서 병원에 갔더니 이상은 없었는데, 이 약을 먹고 너무 편해졌다면서 그 뒤에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수익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신다.


이럴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팩트만을 찾아서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다. 위약효과(플라세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 , 우연하게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서 그렇다고 이야기했다. 주변에 젊은 사람들은 있었느냐고 물어보니 죄다 노인들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이거다 싶어서 물고 늘어졌다. 그리고 엄마가 말한 회사를 검색해서 보여드렸다. 정말이지 부실한 내용의 인터뷰와 엄마가 가서 교육받았을 때의 과장된 내용들은 인터넷에 있지도 않았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엄마가 반쯤 넘어왔다. 마지막에 가실 때에는 이번까지만 먹고 더 이상 안 드시겠다는 다짐까지 받았다.


이쯤 되면 나의 역할은 끝났다. 이때 바통을 친정 오빠에게 넘겨주면 약의 성분을 조목조목 비교해 가며 얼마나 비싼 가격에 구입했는지 후회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은 오빠가 한다. 우리의 역할 분담은 분명하다. 이런 패턴에 아주 익숙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자식입장에서는 엄마가 당신의 건강을 너무 잘 챙기셔서 감사드리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시는 것도 조금은 피곤할 때도 있다. 오빠와 나는 성향상 안 그러는데 엄마는 갈수록 왜 더 심해지시는지 모르겠다. 제발 FDA식약청에서 허가된 식품이나 약만 드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며칠 후에 전화가 왔다.

이번에 다단계에서 구입한 약이 얼마 전에 사이판에서 샀던 약에 있는 성분보다 못한 것이 많았고,

너무 비싸게 산거 맞다며, 다시는 그런 거 근처에도 가시지 않는다고 하신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이게 얼마나 갈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 든다. 제발 엄마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이번에는 정말 엄마를 믿고 싶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