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등산이 하고 싶어졌다. 요즘 몸 만든다고 매일 3~4시간씩 산을 타다 보니 나의 체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북한산에서 해돋이를 보려고 새벽에 출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날은 흐렸고, 일출 보기는 힘들 것 같아서 출발시간을 새벽 2시에서 4시로 변경했다. 가는 도중에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고 점점 굵어졌다.
북한산 백운대는 악산은 아니지만 거의 암벽등반하는 수준으로 올라야 하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차를 돌릴까? 다음에 다시 올까? 하는 마음이 수시로 교차했다.
그래도 핸들은 북한산을 향하고 있었고, 다행히 나의 마음이 오락가락했지만 우비를 꺼내 입고 산행을 시작했다. 항상 주차하기가 힘들다는 백운대 탐방지원센터에는 평일 새벽이고 비까지 오는 바람에 몇 대의 차만 있었다. 이렇게 한산한 건 처음이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비를 단단히 챙겨 입고 평소 즐겨 듣는 오디오북까지 들으며 오르니 힐링이 따로 없었다. 사람도 거의 없어서 내가 등산 코스를 전세 낸 기분이었다.
할까 말까 고민이 들 때는 그냥 무조건 하고 보자는 나의 생각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백운대에서 비 맞으며 서있는 것도 나름 좋았다. 처음으로 운해가 헤엄치는 것도 감상할 수 있었고, 빗소리도 정상의 풍경과도 잘 어우러졌다.
하산하다 보니 비는 그쳤고, 해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렇게 평일 새벽에 등산하는 것도 참 괜찮다는 생각도 다시 해보고 다음에는 맑은 날 일출 감상을 위해서 꼭 다시 오리라는 다짐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