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는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이지만 살갑지 않은 상태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함께 자란 시간 속에서도 성격이 맞지 않아서 거리감을 항상 느끼면서 지내왔다.
가까운 듯 멀고, 멀지만 가깝다고 믿고 싶었던 애매한 관계. 특히나 가족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더 쉽게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다가서는 일이 어려웠다. 친정 오빠와 나는 그런 관계였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며 한동안 살아왔다.
"우린 원래 이런 사이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반백 년을 살았다. 늘 그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오빠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일정 부분 서로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짧은 안부가 이어지고, 가벼운 농담 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예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친정 오빠의 진심이 느껴졌다.
가까워진다는 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억지로 다가가려고 할수록 더 멀어지는 순간이 있었지만, 자연스러운 계기와 꾸준한 마음이 쌓이니 거리가 조금씩 좁혀졌다.
우리는 여전히 완벽히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조심스럽고, 아직은 서로를 완벽히 이해했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이, 사실은 더없이 소중하다.
멀다고 느껴졌던 사이도, 시간이 흐르면 가까워질 수 있구나 싶다. 그 시간 속에는 작은 노력과 진심 어린 순간들이 들어 있다. 어쩌면 가까워진다는 건, 서로를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는 꾸준함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그와의 대화 속에서 미소를 짓는다. 지금 우리는, 분명히 가까워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