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처음 공부방을 오픈하였을 때, 모든 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 황당한 질문이나 대답들로 배꼽 잡고 쓰러질 때가 있었다.
"선생님 당면이 뭐예요?"
"응~ 우리가 잡채 먹을 때 먹는 그 투명한 면 있지?" 이렇게 대답해 주었는데 문장에서는 현시점에서 당면한 과제는?이었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황당한 질문이었기에 웃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다음에 기억이 나는 대답은 고종의 아버지는? 이란 질문에 흥선대원군이 아니라 경복궁이라는 전설의 대답을 한 친구가 있었다. 아직도 그 학생의 진지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수학 문제에서 다음의 문제를 풀이하시오라는 대답에 "네."라고 대답하였다가. 풀이를 설명하시오라는 질문에 "네?"라고 쓴 친구의 답지는 사진까지 찍어 두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요즘은 이런 황당한 질문과 대답들이 수업 시간에 정말 많이 오고 간다. 그래서일까? 3년 전부터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의 콘텐츠가 없을까? 하고 말이다.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해서 정리하고 쓰기까지 하면 금상 첨화겠다 싶었다.
확실히 요즘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시대여서 그런지 짧고 자극적인 정보를 쉴 새 없이 던져주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10초짜리 영상과 한 줄 요약들은 편리하지만 문장 속 연결 고리를 따라가며 사고를 확장하는 힘은 약화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앞에서 이런 흐름으로 이야기했으면 다음에는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하는 추론을 끌어내며 읽어야 하는데 정보의 파편들만 소비하다 보니 글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확실히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바깥놀이가 줄고, 대화가 줄며,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는 기회가 줄어든 시대인 것이다. 아이들이 글을 통해 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려고 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래서 요즘 내가 준비하는 것들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지고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황당한 질문에서 시작한 나의 고민이 구체적으로 가시화가 되기 시작하니 좀 더 전문적으로 준비해야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몇몇 친한 학부모님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폭발적인 반응이 보이고 있다. '나 잘한 거 맞는구나!!'라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의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