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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적

by 정새봄



지난 폭우로 오산의 옹벽이 무너지고 광명시의 한 아파트가 화재로 전소되었다는 뉴스를 보던 날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 여기고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그 이튿날 나와 가까운 분이 화재로 인해 연기를 많이 마시고 중환자실로 실려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3주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고 내 가슴은 '쿵' 하고 떨어지고 얼마나 애가 탔는지 모른다. 연락이 되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건 그분의 안위와 건강에 대한 걱정과 기도밖에 할 것이 없었다.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지 상상도 못 하겠다.


숨이 멎을 듯한 걱정 속에서 밤마다 그분이 다시 평안히 호흡할 수 있기를 빌었다. 그리고 3주가 지난 오늘 마침내 그분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참 동안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고 전화선 너머에 그분도 함께 울고 계셨다. "많이 괜찮아졌어요!"라는 이 평범한 말이 어찌나 귀하게 느껴지던지.


놀람과 안도감이 뒤섞인 감정에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속상했다. 이렇게 전화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기이며 단 한 번의 순간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평소 매사에 열정을 다해서 임하는 그분이 이런 상황에 발이 묶여버린 모습을 보며 수없이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며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그분을 생각하며 가족들과의 통화로 이어진 건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일 것이다.


이제는 뉴스를 볼 때마다 ‘또 다른 누군가’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능성’을 떠올리려 한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와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의 통화는 기적이었고, 그 기적이 가능하도록 함께 기도해 준 순간들이 모여 우리를 지켜주었다. 이 작은 감사와 깨달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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