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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 추억

by 정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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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치과의 6개월 정기검진하는 날이다. 역시나 아파서 간 것도 아닌데 치과자체가 공포스럽다. 이름이 불리고 자리에 착석한 순간 공포가 엄습한다. 치과 기기들은 왜 이리 굉음을 내는 것인지. 오늘은 다른 이상한 점은 없었고 1년에 한 번씩 하는 스케일링만 하게 되었다.


역시나 썩션 소리가 거슬렸고, 잇몸을 헤집고 다니는 기기들이 기분 나쁘다. 이 치과에 다닌 지도 18년이 되어간다. 18년 전 신경치료를 끝내고 금니를 했던 치아가 안에서 상해서 엄청난 통증과 함께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가는 곳마다 그랬다. 그러던 중에 한 치과 의사가 오산 지역에서 신경치료를 잘하는 선생님을 소개해 주셨는데 그분이 지금의 원장님이다.


"자기 치아가 최고지요! 한번 치료해 봅시다."라고 말씀하셨고, 나의 치아를 발치한 후에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그 치아를 박아서 제자리에 놓고 꿰매는 시술을 했다. 너무 생소했지만 그 치아를 무려 8년 동안이나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임플란트가 차지하고 있지만 그때의 감사한 마음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 이후로도 다른 치아도 같은 시술을 진행했고, 이번에는 짧게 3년을 사용했다. 어찌 되었든 임플란트를 하고 사후관리를 너무 잘해주셔서 내가 아는 지인들과 가족들은 모두 이 치과로 옮겼고 관리를 받고 있다.


더군다나 선생님은 잘 모르시지만 나와도 같은 대학 동문이다. 그래서 왠지 더 믿음이 가고 좋다. 이런 크고 작은 시술을 하게 된 것이 놀라울 정도다. 치과 하면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가 본 적이 없던 나다. 어려서 유치를 뺄 때 3번이나 도망친 이력도 있다. 하도 진을 빼서 이를 뺄 때는 온 가족이 다 동원되었다.


생각해 보니 모든 치아를 집에서 뽑거나 내가 울면서 화장실에서 뽑거나 한 것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다행히 치열이 고르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제자리를 잘 찾아 영구치가 나왔다.


오늘 치과 원장님이 오래된 단골이라고 나도 몰랐던 앞니 두 개를 살짝 다듬어서 예쁘게 만들어주셨다. 성형으로 많이 하는 건데 살짝 다듬어 주셨는데도 인상이 달라 보였다. 나도 몰랐던 미세한 치아 크기를 선생님은 계속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아무튼 어렸을 적 치과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어른이 되고부터는 참 고마운 곳으로 바뀌게 되었다. 나의 노년에는 더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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