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갈 수 없는 마음에 대해

언제쯤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해하는 날이 오긴 오는 걸까

by 지금


일주일에 4~5일쯤 본가에 간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일 년이 이제 막 지나가니까 1년째 그렇게 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그저 착한 딸과 착한 사위를 두었다고 하겠지만 그게 그렇지만은 않다. 저녁을 함께 먹기 위해 가고 눈으로 엄마의 안부를 직접 하고 싶은 내 마음이 더 큰 이유니까.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엔 늘 손에 들려있는 것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직접 만든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 같은 것부터 계절이 바뀔 때 감기를 달고 사는 나를 위한 약재를 달인 물 같은 것들이다. 가져간 것들이 무색하게 더 많은 마음을 받아서 돌아오는 길은 내내 편하지 만은 않다.


오늘은 남편이 회식이 있어 혼자 집으로 향했다. 매번 반가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어쩜 그렇게 표가 나는지, 애써 모르는 척하고 식탁에 앉는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로 가득 차려낸 밥상에서 오늘은 뭐를 먹었는지, 어떻게 보냈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밥을 먹는다. 오늘의 일등 반찬은 미나리 김치였는데, 방풍나물 무침을 먹으니 그게 또 1등이었다. 부안이 고향인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문어, 오징어, 각종 생선 같은 해산물이다. 반찬으로 올라온 문어조림이 맛있다며 집어 먹었더니 금세 “싸줄까?”라고 묻는다.

엄마도 좋아하는 거니까 엄마 많이 먹어! 하고 남은 식사를 마쳤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베란다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것은 엄마의 오랜 습관 같은 거다. 외할머니가 살아계실 땐 외할머니가 그랬고, 지금은 엄마가 그 자리에 있다. 바람이 차다고 들어가라고 해도 소용이 없고, 손사세를 몇 번을 한 후에야 문을 닫는 엄마를 보고 출발한다. 한 시간 남짓 집에 도착하고 오늘도 받아온 고마운 마음을 푸는데, 맛있다고 했던 반찬들이 작은 반찬통에 꼼꼼하게 다 들어있었다. 문어조림까지..


이래서야 내가 맛있다고 할 수나 있나, 이래서야 내가 엄마를 더 위하는 날이 오긴 오는 걸까 의문이 든다.

이게 부모의 마음이라면 나는 평생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언젠가는 엄마를 한번 이겨보려고 했는데, 내 남은 인생이 더 길고, 더 멀리 간다고 해도 그게 안될 것 만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양보하는 마음이라고 단편적으로 볼 수 없다. 나는 아마 그 문어조림을 삼키지 못할 것 같다.

오늘따라 내가 유독 반찬은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물어본 게 엄마 마음에 걸렸을까 되짚어 본다. 그저 맛있게 먹고 행복한 얼굴로 빈 반찬통을 가져다주는 게 엄마에게 꽤 큰 기쁨이겠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걸 더 많이 누렸으면 하는 내 마음도 조금 알아줄까..


그냥 그런 마음이었다. 잊지 않으려고 엄마에게 보내는 고백일기에 남긴다. 맛있어. 엄마의 음식은 손맛도 손맛인데, 그냥 다 맛있어. 엄마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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