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by 박경현

나뭇잎 끝에 매달린 물방울 하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그 순간, 물방울은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한다.

그토록 작은 존재이기에, 물방울은 자신이 세상에 어떠한 의미도 남기지 못하리란 것을 안다.
떨어져 사라지는 운명을 타고났고, 바람이 불거나 햇빛이 비치면 금세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한순간, 나뭇잎 끝에서 세상을 비추는 일에는 망설임이 없다.
작디작은 몸을 통해, 물방울은 세상을 담는다.
자신을 넘어선 거대한 것들을,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그 모든 것을 작은 몸에 새긴다.

곧이어 떨어질 것임을 알면서도, 물방울은 끝까지 매달린다.
바닥에 닿는 순간 자신이 산산이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허망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물방울은 그런 사념에 물들지 않는다.

그저 떨어진다.
자신이 지나온 자리에 작디작은 울림을 남기며, 아무렇지 않게 땅으로 돌아간다.

물방울이 흔적 없이 사라질지라도,
그것이 비를 이루어 대지를 적시고, 강을 이루어 바다로 흐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수많은 물방울들이 모여, 바람에 흔들리고, 세상을 적시며, 그리하여 삶을 싹틔우는 것이다.

물방울 하나가 남기는 자취란 그런 것이다.
가볍고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것은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
사라지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

우리는 결국, 한 점 물방울이 아닐까.
작디작은 순간 속에 세상을 담고,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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