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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귀는 아직, 새벽의 울음을 기억해

by 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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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사라질 때마다 나는 내 손목을 열어보곤 해요.

잃어버린 말들이 핏줄 속에 들러붙어 있는지 조금은 궁금해서요.


장미는 시들지 않았고 다만 나보다 먼저 죽었을 뿐이에요.

그 아이의 뺨에 붙어 있던 마지막 온기를 내 오른쪽 눈이 삼켰으니까요.


침대는 어릴 적 나의 관 같고 이 방은 다시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의 숨결로 채워져 있어요.

그래서, 오늘도 물어요.

당신의 심장은 아직 '어제'를 기억하나요?


이 귀는요,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 아주 예민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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