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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붙잡으려는 손끝엔

오래된 봄의 체온

by 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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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손을 뻗었다.

비가 내리는 게 아니라, 무언가 흐르고 있는 것처럼.

목소리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잃어버린 계절을 하나씩 세고 있었다.


조금 젖은 채, 꽃이 피어나던 벽에 등을 기댔다.


그러고는 웃었다. 아니, 웃지 않았다.

마치 울음을 흉내 낸 듯한 웃음.


지나간 시간은 말라버린 꽃이 되고,

지금 이 순간은 비를 붙잡는 손의 따뜻함.

그럼에도 나는 묻지 않았다.

왜 이토록 조용한 비 속에서 너는 그렇게 애써, 무언가를 만지려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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