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중과 상연> 이 남긴 여운
며칠 전,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을 보았다. 오랜만에 만난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첫날밤 보기 시작해 멈출 수가 없어 꼴딱 새며 여섯 편을 몰아보고, 그다음 날과 다다음날까지 이어 단 사흘 만에 16부작을 다 끝냈다. 극 F인 나는 보는 내내 감정 소모가 심했다. 우울했고, 먹먹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어쩌면 일부러 다 놓아버리지 않고, 이 살짝 우울한 기분을 붙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극 중 주인공의 외로움, 수치심, 질투, 시기, 쓸쓸함, 열등감… 그런 감정들이 고스란히 내 안에 비쳐 더 힘들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다지 다르거나 나은 사람이 아니기에.
나는 원래 걱정도 많고 자신감도 그리 크지 않은 사람이다. 무언가에 마구 걱정이 되어 진정이 되지 않을 때, 자신감이 흔들리거나 마음이 약해질 때, 남들도 나와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걱정을 하고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위안이 된다. 결국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오늘은 남편과 아이가 시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 혼자 있는 밤이다. 비도 오고 마음도 울적하다. 이런 날엔 술 한잔이 필요하다. 기분이 좋을 때는 맥주지만, 이런 기분에는 사케나 위스키가 더 잘 어울린다. 나는 아직 위스키 본연의 맛을 즐기기엔 서툴다. 대신 남편이 종종 만들어주는 하이볼을 좋아한다. 요즘 내 입맛에 가장 맞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담백하게 좋은 레몬 하이볼이다.
예전에는 하이볼의 정석처럼 불리는 산토리 가쿠빈을 주로 썼는데, 요즘은 제임슨을 쓴다. 제임슨으로 만든 하이볼은 조금 더 상큼하고 시원하다. 그리고 제임슨에는 토닉워터보다는 진저에일이 훨씬 잘 어울린다. 단맛이 버겁게 느껴질 때는 트레비 같은 탄산수로 대신해도 좋다. 단맛이 싹 빠지며 조금 더 ‘어른의 맛’이 된다.
오늘 밤, 나는 이 하이볼로 마음을 달래 본다.
재료
제임슨 위스키 50ml
레몬즙
얼음 가득
진저에일 (또는 토닉워터, 탄산수)
만드는 법
잔에 얼음을 가득 채운다.
레몬즙을 넣는다.
위스키를 붓는다.
진저에일로 잔을 채운다.
머들러로 가볍게 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