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구씨는 혼잣말로 묻고 답한다.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때문이다. 청와대를 박차고 나와 - 더 정확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들어가지 않겠다고 - 용산에 집무실을 열겠다고 선언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동의하면서도 동의하지 못한다. 온갖 억측이 춤을 추지만 어느 것 하나 알 수가 없다. 당선인이 말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그렇게 단 하루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인지. 물론, 말은 했다. 하지만 믿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말을 해도 믿지 않으면 온갖 추측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중 가장 믿을 만한 - 믿고 싶은 - 이야기를 골라서 '그럴 거야'라며 믿어 버린다.
싸다구씨도 궁금했지만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말하지 않는 이상 알 도리는 없다. 히틀러가 2차 세계 대전 막바지에 베를린에 위치한 지하벙커에서 죽었다고 알려져 있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남미로 도망을 갔다느니, 심지어 달로 도망을 갔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했지만 사실 싸다구씨는 모른다.
왜 경복궁 뒤에 위치한 청와대를 하루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 그 어떤 국정과제보다 엄격하고, 힘 있게 추진되어야 할 일인지 모르지만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다 알 수 없다는 것은 나이를 조금만 먹어도 알 수 있는 일이잖나. 더 깊숙이 파볼 열정도 호기심도 체력도 없는 싸다구씨는 덮는 것 외에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곱게 덮어뒀던 싸다구씨의 생각을 휘젓고 다니는 것은 새로운 집무실의 이름이다. 당선인이 people's house라고 부른단다. 이제 생각이 흘러간다.
people's house? 웬 영어? 청와대 같은 한자는 아니지만 다른 단어는 없나?
번역하면? 인민의 집? 인민이라고? 빨갱이인가?
people을 인민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빨갱이 아닌가?
그럼 people을 뭐로 바꾸지? 인민이 아니면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의 집?
사람은 너무 웃기잖아. 인민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민중? 민중의 집이라고 하면 빨갱이 냄새를 좀 줄일 수 있을 것 같지만 청국장이 아닌 된장찌개 냄새가 난다.
아! 국민인가 보다. 국민의 집. 링컨 대통령의 연설에서 따 왔을까? of the.. by the.. for the... people.
링컨이 국민을 말한 건가? 미국도 국민이라고 하나? 시민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싸다구씨는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무슨 단어든 내 집이 아닌데 뭔 상관인가?
관심을 끊고 지내던 싸다구씨의 머릿속에 이번엔 또 다른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들어온다. 출퇴근할 때마다 길을 통제할 텐데 길 막히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싸다구씨는 이번에도 생각을 내쫓았다. 우리 집은 용산도 아니고 강남도 아니고, 관저로 떠 오른 한남동도 아니고. 슬쩍 웃음이 났다. 서울 사람들 고생 좀 하겠네.
경기도에 있는 싸다구씨의 집에서는 오늘도 TV가 틀어져 있고 종편에선 여전히 패널들이 나와 온갖 이야기를 떠든다. 싸다구씨의 집은 people's house와 달라서 행복하다. 기묘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