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의 별명은 개의 피가 흐르는 양이다. 고귀한 양의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일반 양들과 어울리고, 개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더 좋아했다. 니콜라이는 고귀한 양들의 모임이 답답했다. 한창 사춘기를 지날 때 양들의 사교모임에서 벌인 기행으로 니콜라이는 모든 양들과 개들에게 단번에 알려지게 된다.
일종의 성인식을 겸해 사교모임에 첫 선을 보이는 행사였다. 니콜라이는 절도에 맞춘 털 깎기를 하고, 예법에 맞게 풀을 뜯던 니콜라이는 술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갑자기 자기의 털을 잡아 뜯기 시작했다. 모든 양들이 당황했지만 오른발잡이였던 니콜라이의 왼쪽 앞발과 가슴팍의 털이 반쯤이나 너덜거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제지하던 아버지와 힘겨루기를 했고, 결국 눈물만 흘리던 어머니가 쓰러질 때까지 이 기행은 계속됐다.
니콜라이는 세상이 굉장히 이상했다. 어차피 똑같은 양인데 누구는 더 좋고 많은 양의 풀을 먹을 수 있고 - 게다가 니콜라이는 직접 풀을 뜯어먹으러 나가지 않아도 됐다. '도움 양'이라 불리는 양들이 고르고 고른 풀을 깨끗이 닦아 집까지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니콜라이는 그냥 양이면 양인거지 나누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했다. 어차피 양들의 본질은 같았다. 잘 사는 양이나 못 사는 양이나 똑같다. 생존본능. 그걸 아무리 다른 무엇으로 포장해도 결국은 그것 하나뿐이다. 니콜라이가 기행을 벌인 건 본능과 괴리감 있는 자기의 삶의 환경 때문이다.
니콜라이는 기행을 벌이고 쫓겨나 양들이 잘 가지 않는 북쪽 언덕 꼭대기로 달려가서 숨었다. 이리 마을에 살고 있는 이리들의 변색된 털도 보인다는 곳이다. 그 언덕과 이리 마을 사이에는 끝이 없는 골짜기가 있어 이리들이 넘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전설이자 양들의 마을 괴담에 따르면 악마의 힘을 받은 이리들의 왕이 태어나면 이곳을 건너뛰어 양들의 마을로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양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이었고 불량한 개들만 어슬렁 거리는 아지트이기도 했다.
"모든 양들은 자기가 못났다거나 자기가 잘못했다고 믿고 싶어 하지 않아. 그건 본능이야. DNA에 박혀 있는 본능. 신이 모든 생물을 만들 때 DNA에 공통적인 것 하나를 넣었지. 그게 바로 생존 본능. 생존 본능 때문에 생겨난 가장 좋은 점이 뭔지 아나? 바로 현실을 외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야. 현실이 아무리 비참하고 비루해도 그 현실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게 할 수 있어. 어떻게? 바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도록 하는 거지. 먹잇감을 던져주는 거야. 그게 뭐든 상관없어. 내가 이렇게 된 건 저것 때문이다라는 것만 생각하게 하면 돼. 남들이 볼 때 잘나고 뛰어나고 대단하다고 얘기하는 존재들을 먹잇감으로 주면 더 효과적이지. 강도가 세진다고 할까? 현실을 잊는 강도.
길을 가던 일반 사람을 때리고 욕하는 것보다 유명한 사람을 욕하는 것이 더 쾌감을 증폭시키지.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거든. 주위에서 '잘한다'라고 한 마디만 거들어 주면, 자기가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돼. 그래서, 선을 넘지. 개들이 바로 그 먹잇감이야. 뭔가 잘못되었을 때 이 모든 게 개들 때문이라고 하면 돼. 모든 것이 해결돼. 진짜 문제가 뭔지 알아볼 필요도 없고, 스스로 돌아볼 필요도 없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되는 개들이 있으니까. 개들이 반항하지 않는 이유? 일단, 개니까. 웃기지만 반항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 거야. 반향을 한다면 늑대겠지. 늑대들에게 문제를 돌리면 되지 않냐고? 하하하 늑대들은 짖기 전에 이빨과 발톱을 사용하니까. 늑대들을 욕할 순 없지. 개들은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하겠지만 늑대들은 이빨과 발톱으로 대답을 대신하지. 죽음의 공포가 임박하면 계속 말했던 생존본능이 발휘돼. 늑대에게 욕을 하면 주겠구나 그러니 개에게만 욕해야 되겠구나. 이렇게 현실을 외면하는 종자들에게 가장 좋은 치료제는 피야.
개들은 피 흘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늑대들은 피 냄새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지.
이 모든 집단 최면 의식을 만드는 것은 바로 고귀하다고 주장하는 양들과 그 양들에게 빌붙어 사는 새들이야. 고귀한 양들이 '저 개는 해로운 개다'라고 얘기하면 새들은 '모든 개는 해롭다'라고 떠들고 다니고, 어느새 멍청한 양부터 '내가 이렇게 사는 이유는 개 때문이다'라고 얘기하고, 개를 욕하고, 개에게 돌을 던지고 우쭐하게 되는 거지.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무슨 고귀한 척하냔 말이야. 내가 세상을 바꾸라고? 미친 소리. 나도 그냥 이 언덕에서 목숨을 부지하면 될 뿐이야."
니콜라이는 해가 질 때까지 북쪽 언덕에 머물렀다.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할 때 저 아래서 늑대가 달려 올라오기 시작했다. 니콜라이는 숨을 죽였다. 뜯긴 털이 드러나 살 때문에 추웠지만 내려가서 늑대 밥이 될 수는 없었다. 다행이다. 늑대개라 불리는 마떼오. 마떼오는 바람처럼 니콜라이를 지나 언덕 꼭대기에 섰다. 잠시 후 건너편에 두 개의 동그란 불빛이 보였다. 이리의 눈동자. 니콜라이는 추운 것을 잊었지만 두려움에 몸이 떨렸다. 마떼오와 이리는 긴 포효를 나눴다. 소름 끼치는 이리와 늑대 개의 포효가 멈추고 마떼오는 다시 바람처럼 사라졌다. 니콜라이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사라진 니콜라이를 찾기 위해 마을을 뒤지던 바스코에게 발견되었고 바스코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니콜라이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니콜라이는 그날 자기가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봤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니콜라이는 다음날부터 개들과 어울리며 고귀한 양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니콜라이는 개를 내보내고 늑대를 불러들이기로 한 양들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자기들을 먹이로 여기는 것들이 자기들을 지켜줄것이라 믿는 다는 것을 믿으라는 것은 종교외에 해석할 방법이 없었다. 풍년을 위해 자기들이 자식을 제물로 바친다는 종교. 자기만 잘 되기 위해서는 남을 죽여도 괜찮다는 믿음. 니콜라이는 분을 참지 못하고 양들의 원로회의에서 또 다시 난동을 부렸지만 그 날 이후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지내고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알겠다는데..."
니콜라이는 열심히 똥을 찍어먹는 양들을 생각하며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러다 갑자기 서늘해졌다.
"설마.. 상한 된장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