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떡이는 이유가 덥기 때문은 아니다. 뜨거운 여름 비가 내리기 직전 습기를 가득 안고 있는 공기가 가득찬 곳은 한증막과 비슷하다. 개들 여럿이 모여 있지만 크게 헐떡이는 보리스를 제외하곤 입을 조금 벌리고 혀을 조금 빼고 있을 뿐이다.
"결정이라면 따라야지"
새하얀 흰색과 검은색의 유려한 털이 빛나는 바스코가 입을 뗐다.
"늑대가 우리 마을로 들어온다는 걸 보고 있어야 하나?"
헐떡임을 잠시 멈추고 내 뱉듯이 말하는 보리스.
"우리는 양치기개이니 양들의 결정을 믿어야 하지 않겠나?"
바스코는 진중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개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문이 열리자 바스코를 좋아하는 양들이 바스코를 둘러쌌다. 인기 없는 보리스는 옆으로 빠져 절뚝거리며 지나갔고, 마떼오는 양들이 쫓아올 수 없는 속도로 뛰어가버렸다.
닷새전의 일이다.
양들이 모여 회의를 하곤 개들에게 통보가 왔다.
"우린 마을을 늑대에게 부탁하기로 했네"
늑대의 왕 이반을 찾아갔던 막시밀리안이다.
개들은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마떼오가 그르렁 거리는 목소리를 누르며 물었다.
"그건 이 마을의 주인이자 다수인 양들의 결정이었다는 것 말고 더 할 말은 없네"
감정이 맞부딛치는 공간에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그동안 고생 많았네"
문이 닫히고 개들의 싸움이 벌어졌다.
"당신 때문이야! 바스코!"
검은 늑대와 양치기개의 혼혈이라 알려진 마떼오가 바스코에게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동안 양들이 해결을 원했던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었지만 아무런 사과도 없이 그저 맞다고, 우기기만 했잖소. 고개 한 번 숙이는 것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혼자만 맞고 혼자만 잘난것인가요? 당신은 양들을 한 곳으로 몰지 않고 당신의 믿음이란 기준으로 분열시키기만 했습니다"
마떼오보다 한참 나이 많은 바스코는 반말과 존댓말이 섞인 마떼오의 소리를 들었지만 아무말 없다. 수북한 털이 저녁 바람에 흔들린다. 촛불도 흔들리지만 더 이상 아무도 말이 없다. 마떼오는 책상을 쾅 치고는 문 밖을 나섰다.
마떼오는 곧장 집으로 가지 않았다. 양들의 마을이 잘 보이지만 늑대들의 숲이 근처에 있어 평소에도 왕래가 적은 언덕에 올랐다. 가끔 답답해지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왔나?"
라훌이다. 검은색 윤기가 흐르는 늑대가 마떼오에게 말을 건다.
"들었지?"
마떼오는
"정말 그랬을 줄이야. 믿지 않았지만 라훌말대로 되었군요. 약속은 지키길"
라훌은 대답대신 그르렁 거리며 숲으로 사라졌다.
마떼오는 양치기개와 늑대 사이에 태어났다. 그래서, 언뜻 보면 늑대라고 해도 믿을정도다. 마떼오는 늑대들과 같이 산 적도 있다. 멍청한 양 중 하나가 절벽쪽으로 가는 것을 발견한곤 막았을 뿐인데, 양들은 저녁에 회의를 열고 마떼오를 소환했다. 마떼오의 행동이 위협적이었으며, 놀란 양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결론을 듣자마자 분을 이기지 못한 마떼오는 양들에게 양쪽 송곳니를 드러내며 격렬하게 반항했다. 바스코와 다른 양치기 개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마떼오의 송곳니에 양의 목덜미가 물렸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마떼오의 이빨이 양의 목덜미를 향하는 순간 커다란 바스코가 몸으로 밀어냈다. 마떼오는 이때만 해도 아직 성체가 아니었기에 늑대의 왕만큼이나 큰 바스코와 싸움을 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마떼오는 송곳니를 드러낸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곤 울타리를 뛰어넘어 늑대의 숲으로 들어갔다. 마떼오가 다시 나타난 것은 한번의 겨울이 지나고, 두번의 봄이 지나고 세번째 겨울이 다가오는 때였다. 숲에서 불쑥 나타난 커다란 마떼오를 보고 양들은 모두 늑대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그때 놀란 양들의 소리를 듣고 나나탄 바스코는 아무 말 없이 마떼오에게 다가갔다. 헤어질 때는 바스코의 다리 길이나 되었을까 싶었는데 이제 어깨까지 자란 마떼오. 두려워 하는 양들 사이로 나선 바스코는 마떼오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르렁 거리는 것도 없었다. 둘은 서로 냄새를 확인하곤 마을로 같이 돌아왔다. 그날 바스코는 양들의 원로회에 불려갔지만 누구도 그 회의에서 나눈 이야기를 들을 순 없었다. 바스코도 침묵했고, 양들의 원로들도 침묵했기 때문이다.
마떼오는 원칙주의자 바스코를 좋아했지만, 바스코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바스코의 답답하리만큼 원칙적인 행동을 볼 때마다 마떼오는 피가 끓었다. 멍청한 양들을 지키기 위해 늑대들과 싸울 필요가 뭐가 있을지 마떼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마떼오는 하늘을 저녁 하늘 달을 쳐다보다 늑대같이 울부짖었다. 이어 다른 늑대들이 호응했다.
그날 하루 종일 양들의 마을에는 늑대와 개들의 하울링이 가득했다. 마떼오의 마음은 여러갈래로 나뉘었지만 생각은 또렷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