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었니? 늑대가 마을로 들어온다는데?"
"잘 됐어!"
"늑대가 들어오는 것이 잘 된 거라고?"
올리비아는 믿기 힘들었다. 늑대를 환영하는 양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내 동생일 줄이야.
"멍청한 개들은 충분히 우리를 괴롭혔어. 이제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어야지. 능력에 맞는 세상"
동생인 올리버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하다.
올리비아는 먼저 집을 나서면서 자신이 먹을 풀을 뜯기 위한 구역으로 향했다. 올리비아는 이해할 수 없다. 포악한 늑대들에게 얼마나 많은 양이 희생을 당해야 정신을 차릴까. 왜 철없는 양들은 그걸 모르는지 알 수 없다. 개들은 멍청하긴 하지만 충직하다. 개들은 알기 어려운 일들을 가끔, 아니 종종 하지만, 그래도 늑대들처럼 포악하거나 양을 잡아먹진 않는다. 일정 구역을 나눠 늙고 다친 양들이 뜯을 수 있게 하자는 것도 개들의 생각이었다. 올리비아는 풍족하지 않지만 기꺼이 동의했다. 내가 좀 더 고생해서 먼 곳의 맛없는 풀을 뜯어야 하지만 같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양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양이다. 서로 돕지 않으면 누군가의 먹이가 될 뿐이다. 양들은 양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어떤 양도 늑대의 발톱과 늑대의 이빨에 맞서 버틸 재간은 없다. 그렇기에 충직한 개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생존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
아직까지 집을 나서지 않는 올리버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젊은 올리버는 개들의 정책이란 것 때문에 피해를 입은 생각에 분노가 차 올랐다. 개들은 '나눠 주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누가 진짜 일을 하는지, 누가 개고생을 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특히 젊은 올리버를 분노하게 만든 것은 성차별이었다. 암양과 숫양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마저 부인하지 않지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성별을 기준으로 차별을 받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종자가 다른 개와 양을 차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젊다면 성별에 상관없이 오를 수 있는 다리 근육과 질긴 풀을 씹을 수 있는 이빨을 가지고 있다. 늙은 양들도 마찬가지 언제까지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등에 올라타 있을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북쪽의 이리와 이야기를 하겠다는 개들의 순진함. 이리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는 늙은 양들 역시 분노했다. 개들은 멍청하다. 멍청한 개들과 같이 사는 것보다 욕심이 분명한 늑대와 사는 것이 오히려 안전할지 모른다. 양들은 혼자 살기엔 나약하다.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면 차라리 늑대에게 쓸모없는 양을 한마디 주는 것이 낫다. 자연스럽게 양의 세계는 경쟁으로 나아질 수 있다.
올리비아와 올리버는 개들 때문에 그리고 주위의 양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욕심의 심장을 가진 늑대들이 들어오면 얼마나 빨리 양들의 언덕이 황폐화될지 올리비아는 일하러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늑대들은 욕망에 충실하다. 욕망이 채워지지 않을 때 돌변하는 늑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늑대들이 양을 잡아먹지 않는다고 약속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럼 늑대에게 한 마리의 양을 주면 만족할까? 세 마리면 만족할까? 늑대의 탐욕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옛날과 같이 개들과 양들이 나서서 싸우면 될까? 그때까지 기껏 관리해 놨던 풀밭은 어떻게 될까? 얼마나 많은 양들이 죽어갈까? 끔찍한 상상으로 올리비아는 땀이 흐른다.
미지근한 누이 올리비아와 달리 올리버의 심장은 거세게 요동친다. 언제나 뭔가 양보하고 같이 하려는 올리비아와 달리 올리버는 하는 만큼의 대가를 얻고 싶었다. 자기의 근육과 자기의 노력과 자기의 발굽을 들인 만큼의 대가를 달라는 것을 막는 개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욕심의 심장을 가진 늑대들이 들어오면 얼마나 빨리 양들의 언덕이 변할지 궁금해졌다. 적어도 늑대들은 능력에 맞게 대우할 것이다. 쓸모없는 양들은 일부 희생을 당할지 몰라도 양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특히, 나와 같은 젊은 양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양들 중에 늑대와 겨룰 수 있는 종자가 태어날 수도 있다. 아니, 진화한다면 우리 중에 심지어 육식을 하는 양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갑자기 올리버는 고기 맛이 궁금해졌다. 그러기 전에 올리비아의 걱정처럼 늑대들이 돌변해 모든 양을 먹어버리려고 한다면 개들과 함께 어둑한 숲으로 쫓아내면 된다. 참혹한 싸움에서 누군가는 죽고 다치겠지만 가능성은 늙고 쓸모없는 것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변화를 위해 발전을 위해 늑대라는 자극이 필요하다. 게다가 북쪽의 이리들도 헛된 생각을 접을 것이다. 아니, 이번 기회에 북쪽의 이리들을 몰아내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