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답게 사는 것이 항상 즐거웠다. 사냥감을 쫓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며 서로를 믿는 것. 콧등에서는 김이 나고 혀가 뽑혀 나올 것처럼 힘들어도 달리는 사냥하는 시간만큼 즐거운 것은 없었다. 이반은 항상 맨 앞서 달렸다. 위험하다는 주위의 말을 들어도 모름지기 늑대라면 달려야 한다는 것이 믿음이자 살아 있는 이유였다. 어렵고 힘든 것은 신이 이반에게 준 극복해야 할 목표지 불가능한 벽이 아니었다.
늑대 무리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이반은 그중에서도 가장 단순 명료한 집단에 속해 있다. 사냥감을 발견하고, 쫓고 결국은 잡아내는 것. 늑대들은 이들을 존경했고, 고마워했고 그러면서 두려워했다.
사냥을 위해 만들어진 늑대들의 무리에겐 '바람의 송곳니'라는 별칭이 있다. 멋 옛날 사냥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늑대의 이름이 바람을 뜻하는 벤투스 때문이라고 전해지고만 있다. 벤투스는 당시 굶주리던 늑대 무리의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멧돼지와 싸웠고, 결국 사냥은 성공했지만 멧돼지의 어금니에 찔리면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그때 멧돼지의 고깃 조각을 나눠 먹고 겨우 살아남았다는 이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다. 당시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모여 벤투스를 기리기 위해 사냥을 위해 나서는 늑대들에게는 바람의 송곳니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바람의 송곳니는 혈통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냥을 위해 목숨 바칠 의지와 벤투스가 즐겨했다는 각종 행동들을 본떠 만든 시험을 통과가 필요했다. 많은 젊은 늑대들이 응모했지만 매우 적은 숫자만이 바람의 송곳니가 될 수 있었다. 바람의 송곳니는 누구보다 긍지 높은 집단이 되었다. 누구보다 당당했고, 누구보다 과격했고, 누구보다 단순했다.
이반 역시 바람의 송곳니가 되고 싶었다. 늑대 무리에서는 존경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반에겐 집안의 관심과 되고 싶어 하는 의지 대비 능력이 부족했다. 두 개의 계절이 지날 때마다 바람의 송곳니를 모집했다. 한두 번 시험에 떨어지는 것은 흔했지만 이반은 배나 더 떨어졌다. 두 개의 계절이 아니라 네 번의 겨울이 지나도록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역경은 자존심 강한 이반을 겸손하게 만들었고, 남들의 이야기를 듣는 귀를 주었지만 누구보다 바람의 송곳니를 신성시했다. 바람의 송곳니는 틀릴 수 없고 모든 늑대 무리의 최고라 믿었다. 늑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늑대들의 먹이를 책임지는 것. 사냥감이 정해지면 목숨을 걸고 잡는 것. 이 두 가지 외 모든 것은 관심 밖이었고 자기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라훌이 이반을 불러 '양들의 왕'이 되라고 했을 때 이반은 시큰둥했다. 먹이들을 돌보라는 것이 무슨 늑대 풀 뜯어먹는 소린지.
라훌은 이반의 의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이어간다.
"양들의 왕이 되는 것은 늑대들의 식량터를 책임지는 늑대의 수호자가 되는 것입니다. 바람의 송곳니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라훌을 쳐다봤다. 라훌은 이반이 동의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반과 바람의 송곳니들이 양들의 마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모든 늑대들이 모여 이 광경을 쳐다보며 늑대들의 왕에게 존경을 표하는 모습으로 땅에 머리를 내리고 코를 내려 깔았다.
이제 막 성체가 된 듯한 늑대가 아비에게 묻는다.
"왕과 함께 왜 라훌이 가지 않고 눈먼 송곳니들하고 가요?"
"몰라도 된다"
왜소해 보이는 아비 늑대는 어둠으로 사라졌다.
"형. 왜 눈먼 송곳니라고 불러?"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부드러운 털을 가진 새끼 늑대가 묻는다.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자기들이 물고 싶은 것을 향해 달려가 물어 죽이거든. 그래서, 눈이 멀었다고 하는 거야. 심지어 늑대들을 물기도 하지. 그러니 조심해야 돼. 절대 송곳니들을 거슬리게 해서는 안돼. 잘못하면 너도 사냥당할 거야"
늑대 무리들이 울타리를 넘어 양들이 마을로 들어가는 장면은 동서남북 모든 숲으로 전해졌다. 슈잉을 비롯한 새들이 쉬지 않고 날아다니며 모든 장면을 직접 보여주듯이 전달했다.
회색 늑대 이반의 뒤에는 검은색 라훌이 한 걸음 뒤에서 보좌하고 있었다. 이반을 초빙하러 갔던 막시밀리안, 나시르, 니콜라이가 양들의 대표자로 아침부터 늑대 무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니콜라이의 정장 타이즈 색이 묘하게 달랐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늑대 무리가 넘어오는 울타리 쪽에는 올리버와 올리비아를 비롯한 모든 양들이 다 모였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것 같았다. 세 양의 뒤에는 바스코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보리스 역시 헐떡이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떼오의 눈빛만 빛나고 있다. 라훌과 이반, 바스코와 막시밀리안, 슈잉과 양무리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그날 하늘에는 구름이 하나도 없었지만, 땅에는 흰색과 회색의 양들이 모여 있어 마치 하늘의 모든 구름이 땅으로 내려앉은 것 같았다.
양치기 늑대의 날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