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한 비공개, 가려진 공개

by 간질간질

싸다구씨는 사는 게 피곤하다. 나이 들어 몸 여기저기서 '여긴 니 몸 아니야?'라며 시위하듯 쑤신다. 특정 몸 부위를 편애한 적도 없지만 무시한 적도 없다. 일관되게 싸다구씨는 자기 몸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싸다구씨의 어머니를 제외한 이 세상 어떤 사람도 싸다구씨의 몸에 관심을 준 적도 없다. 그렇게 싸다구씨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삶을 여태 이어오고 있다.


싸다구씨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TV도 켜 놓고 스마트폰에 나오는 뉴스를 계속 팔로우한다.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정의와 관심과 부지런함이 가득한 다른 사람들의 글도 읽는다. 쉬는데, 쉬지를 못한다. 가끔씩 국뽕도 차오르고, 돈을 지르라고 유혹하는 물건도 구경하고, 적절한 수준의 후방 사진도 즐기지만 아무런 리액션은 하지 않는다. 그 흔한 좋아요도 누르지 않는데 댓글을 쓰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고, 직접 글을 쓴다는 것은 우주의 빅뱅이 다시 일어날 일이다.


최근에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욕을 들었는데 한 적 없다는 사건, 사람이 죽었는데 누가 죽었는지, 누구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사건, 마음대로 했다고 비행기를 안태운 사건 등등. 보통은 흐름이란 것이 있어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작은 시냇물이 강으로 모이고, 강이 바다로 모이듯 뭔가 정리가 되는데 이런 사건들은 죄다 뒤죽박죽이 된다. 내 눈과 머리가 잘못된 건지 국가차원의 마술에 속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이제는 공개된 비공개 일정의 사진도 나온다. 얼음으로 만든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기분이다. 비공개 일정은 감추어진 일정이다. 알려지면 안 되는 거다. 시간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말할 수 있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면 이해해줄 수 있다. 싸다구씨의 품은 넓다. 그 정도 아량은 담고 있다. 그런데, 비공개 일정의 공개된 사진이 같은 날 나온다. 해석이 안된다. 싸다구씨가 품을 정도를 넘어섰다. 이건 비공개 일정이 아니라 그냥 일정이다. 정말 비공개 일정이었다면 공개해서는 안될 일이고, 시간의 문제가 있다면 충분한 시간을 뒀다 할 일이다. 숨바꼭질하는 것도 아니고 술래가 찾을 때까지 비공개라는 건지. 그건 예능이잖아. 스태프들은 누가 어디에 숨었는지 다 알아도 참여자들에게 알려주지 않은 채 열심히 촬영을 한다. 나중에 편집해서 볼 시청자들을 위한 장치겠지. 시청자들을 위해서 그런 거니 이해할 수 있다. 근데, 비공개 일정을 공개하는 분은 예능 찍으러 가신 건 아니라서 헷갈린다.


공개할 일정을 비공개로 하는 기사도 나온다. 뜨거운 눈을 보는 기분이다. 공식일정은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알려진 일정이다. 뒷골목에서 마약 거래하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공식일정은 최대한 밝히는 것이 맞다. 그런데 정상들이 모여서 얘기한 내용을 비공개로 한다. 중요하고 민감한 이야기를 시시콜콜히 밝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싸다구씨가 안다. 싸다구씨가 존재감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를 너무 무시하면 안 된다. 정상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가 제공한 내용만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 공식일정인데 통제되었다. 민감한 실험 중인 랩의 중요한 단계도 아니고, 같이 참여했던 다른 정상들은 다 기자들 모아 놓고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없다. 이런 경우가 언제 있었는지 싸다구씨는 뇌에 낀 기름을 걷어내며 한참을 찾아본다. 주위의 아이들에게 '저리 가서 놀아'라고 이야기할 땐 아이들이 듣기에 민망한 수작을 할 때다.


싸다구씨는 상상을 해본다. 공식일정에 참여해서는 비공개 일정으로 바로 공개하는 분이 주위를 끄는 동안, 공식일정에 참여해서는 가려서 보여주는 분이 준비 중인 건 '짜잔!'하고 비둘기가 나타나는 마술이다. 우리 공인들은 마술을 준비하는 것이 틀림없다. 국민이란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들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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