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이 3일이야? 4일이야?"
왠 어린아이 같은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수제비는 짧게 대답한다.
"3일"
"사흘이면, '사'잖아. 사. 숫자 4 아니야?"
수제비는 돌멩이가 주인에게 놀아달라며 관심을 끌려고 바짓가랑이를 물어뜯고 매달리는 강아지처럼 보였다.
"그럼 사모님은 숫자 4에 어머니 母가 들어가는 거니 4명의 어머니를 뜻하는 거냐?"
"오. 그런 건가?"
돌멩이는 오히려 신선하다는 표정이다. 수제비는 단호하게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더 이상 말장난을 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다.
'사흘 논쟁'은 얼마 전에 포털의 검색어 순위에 올랐던 일이다. 사흘이 4일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확인을 위해서 검색을 해봤다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더 많이 놀랐다. 말이란 계속해서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원래 뜻에 익숙하던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고 원래 뜻을 몰랐던 사람들에겐 황당한 일이다. 말은 계속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모든 국민이 짜장면이라고 썼지만 방송에서는 자장면이라고 발음했고 표기했던 일이 오래되지도 않았다. 지금은 유머로 쓰이는 말이지만 '일해라 절해라'한다는 말이나. '어의가 없다', '명의회손' 등의 표현이 수제비가 죽기 전에 표준어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흘이란 단어도 어쩌면 '삼흘'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흘 대신 사흘이 쓰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글을 쓰고 나서 맞춤법이 맞는지 띄어쓰기가 맞는지 점검하는 일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도 헷갈린다. 수제비는 뭐가 올바른 것인지 따지기 보단 지금 뭐가 적당한지를 찾아서 맞추는 것에 익숙해졌다. 자본주의 사회는 올바름을 따라 돈이 흐르기보단 적당한 상황에 따라 흐르기 때문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돈도 흐르는 방식이 있다. 아니, 모이는 방식이 있다. 힘없는 곳에서 힘 있는 곳으로 모인다. 수제비는 힘이 없기에 흐르는 돈을 조금이라도 자기의 주머니에 모으기 위해 열심히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들기는 중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돌멩이의 목소리가 깊다. 분명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다. 이차 도발이다.
"요즘은 많이 없어진 거 같은데, 병원이나 높은 건물에 가면 4층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F라고 되어 있었던 거 기억해? 왜 그랬을까? 왜 다른 층은 모두 숫자로 1,2,3,5,6,7,8.. 이렇게 쓰다가 사층만 F라고 썼을까?"
수제비는 이유를 안다. 답을 말하는 순간 낚이는 것이다. 외통수. 체스에서는 체크메이트. 돌멩이도 알아챘다. 뿌듯한 표정이다. 돌을 던지고 싶지만, 패배를 인정해도 돌멩이가 누릴 승자의 세리머니는 봐줘야 한다.
"사층이란 발음이 죽을 사(死)와 같기 때문에 일부러 F라고 표현을 한 거잖아"
"빙고! 그럼 F는 무슨 뜻이지?"
"FxxK!"
당황하는 돌멩이의 눈에 중지까지 들어 보이며 확실하게 알려줬다. 4를 뜻하는 Four지만 지금의 정답은 아니다.